<Part 2. 미국 박사에 대한 모든 것 A-Z>

# 미국 박사 지원부터 펀딩까지

박사생이 아무나 될 수있는 건 아니잖아? 박사생이 되려면 뭐가 제일 중요해?

😁: 내가 보니까 학부 시절의 학점이 정말 중요한 거 같아. 만점 가까이 되면 좋고, 연구 실적이 있다면 그것도 플러스 요인인 것 같고… 

사실 이 모든 것들이 대학교를 입학하고 처음부터 준비하면서 쌓아 와야 하는 건데 나는 대학교 1,2학년 때 학점 관리를 잘 못해서 경쟁력이 떨어진 거 같은 부분들이 있긴 해. 일단 학점이 기본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 같아. 그리고 사람을 뽑을 때, 물론 인터뷰도 보겠지만 먼저 지원서를 보고 얘를 뽑을지 말지 결정할 거 잖아? 근데 *CV(Curriculum Vitae) 하나만 보고 사람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으니까 진짜 리서치에 관심이 있구나 싶은 사람을 찾는 것 같아. 예를 들면, 인턴십을 대학교에서 해서 학부생인데 저널에 논문을 냈다든지, 학술대회에서 뭔가를 했다든지 이런 케이스들을 찾는 거 같아. 이건 취업도 마찬가지겠지만 결국은 이력서에다가 쓸 수 있는 것들을 하는 게 중요한 거 같아.

나 같은 경우에도 회사에서 2년간 일을 하면서 해왔던 것들을 좋아하는 교수님들께 어필할 수 있었고 학부 때 쓴 논문도 있었으니까…그래서 상대적으로 조금 아쉬웠던 학점을 보완할 수 있었다고나 할까?

*C.V.(Curriculum Vitae)- 일반적으로 CV는 Resume보다 더 상세하고 포괄적인 형식의 이력서를 나타낸다. 보통 학문적인 분야에서 사용되며, 학력, 연구 경험, 학술적 업적, 출판물, 발표 등을 자세히 기재한다. CV는 길고 상세하며, 주로 학계에서 연구자나 교수진을 포함한 전문가들이 사용한다.

대학원 진학 전에 그 프로세스가 어떻게 돼? 학교 합격이 먼저인가, 연구실을 찾는 게 먼저인가?

😁: 이것도 경우가 다양한데… 일단 일반적으로 대학교에 지원하면 학과 사무소에서 내 지원서를 받아서 검토해. 그리고 괜찮은 지원서가 있으면 학과 사무소에서 학과 교수님들에게 그걸 뿌려. 혹시 관심 있으면 컨텍해보고 하라는 식인거지. 그래서 중요한 건 교수님 또는 연구실 컨텍도 중요하지만, 학교에 합격하는 게 먼저라고 생각해. 

하지만 미국과 한국의 경우가 또 다를 수는 있어. 한국 같은 경우는 교수가 내가 특정한 학생을 뽑을 거니까 학교에서 뽑아라 이렇게 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긴 해. 실제로 내가 석사 들어갈 때 보면 인터뷰에서 네가 이미 컨텍한 랩이 있냐, 교수가 있냐 이런 걸 주로 물어봤었거든. 있으면 무조건 뽑는 거지. 근데 미국은 아무래도 학과에서 일단 뽑히는 게 먼저야. 그래서 중요한 건 학교 자체에서 나를 뽑을만한 GPA나 CV 상의 레코드나 마지막으로 *SOP 그리고 추천서를 준비해야 해. 

*SOP(Statement of Purpose) - 대학원에 진학하는 동기와 계획을 정리하는 학업계획서 또는 학문적 자기소개서이다.

미국대학원 준비를 위해 어필 할 수 있는 것들이 뭐가 있을까?

😁: 앞서 말했던 GPA, CV, SOP, 추천서 중에 성적이나 CV는 지금까지 해온 게 바탕이 되는 거라 바꿀 수 없는 반면, SOP랑 추천서는 노력하면 바꿀 수 있는 부분이잖아. 그래서 쌓아온 기록 외에 추가로 이런 노력을 해서 학과에서 뽑히는 게 먼저인 것 같아.

그리고 그렇게 합격하고 나서든, 지원하고 나서든 교수님한테 컨텍해서 지원하는 연구실에서 연구하는 것들이 내가 연구하고 싶은 거고 공부하고 싶은 분야라는 것을 어필을 하는 거지. 

근데 사실 너무 케이스마다 달라서 내가 지원하는 그 연구실에 그 교수님이 펀딩이 있을지 없을지 모르기 때문에, 즉 그 연구실에서 연구할 학생을 찾고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거란 말이야? 그래서 ‘여기 연구실 아니면 안 돼’라는 마인드보다는 좀 더 다양하게 찾아서 지원하는 게 좋은 것 같아. 

그리고 지금까지 내 경험상으로는 삶의 질을 위해서라면 펀딩지원이 약속된 학교로 가는 게 맞는 것 같아. 물론 본인이 경제적으로 지원을 충분히 받을 수 있다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펀딩지원을 없는 학교를 가는게 너무 리스크하다고 생각해.

박사생의 펀딩 이야기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 해줄 수 있어?

😁: 공대 대학원은 교수님의 스타일에 따라서 랩 분위기나 펀딩도 다르고 그래서, 괴담처럼 도는 이야기 중에 박사 5, 6년 동안 펀딩을 안 주는 교수님도 있다고 하거든 (쓴웃음). 그런 경우에는 자기가 TA를 하면서 다 충당하거나 셀프 펀딩으로 있는 돈 쓰면서 있는 거지. 그게 아니더라도 어느날 갑자기 프로젝트 끝나서 펀딩 없다고 나가라고 하는 사람도 간혹 있는데, 이런 경우들을 보면, 사실 펀딩 생활이라는 게 복불복다운 면들이 있는 거지. 

펀딩 말고도 대학원 선택에 고려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 한국에서 대학원으로 오는 사람들이 많이들 고려 안하는 게 지역이야. 가고 싶었던 좋은 대학원이라는 이유로 크게 고민 안 하고 선택하는 케이스가 있는데, 박사 생활은 5-6년을 해야 하는데 지역이나 날씨 같은 것들이 결코 무시할 요소가 아니라고 봐. 도시 좋아하는 사람들은 코넬 같은 시골을 가면 정말 못 견딜걸?

나 역시도 미국 오기 전에 추천서 써준 교수님이 고민하지 말고 가장 큰 도시로 가라고 했거든. 그리고 LA는 한인이 살기에 이만한 도시가 없잖아? 날씨가 좋고, 한인 음식도 많고… 난 여기가 정말 좋아. 

그럼 대학원생 하루의 일과는 어떻게 돼?

😁: 일어나면 아침 먹고 학교 가서 연구하고, 집에 가서 저녁 먹고 다시 학교 가서 연구하고, 집에 와서 자. 보통은 LAB에 있고 연구도 하고 미팅도 하고... 

물론 모든 걸 100%로 원격으로 집에서 할 수 있는 과들이 있어서 모든 대학원생들이 학교에 붙어 사는 건 아니야. 경제학이나 컴퓨터 사이언스 같은 전공의 연구생들은 자기 컴퓨터만 있어도 혼자 연구해 나가는 거니까, 집에서 일하는 사람도 많고 학교 안 오는 경우도 많거든. 하지만 보통 나같이 기계를 써야 하는 학생들은 학교에 무조건 나와야지. 실제로 대부분의 시간을 학교에서 보내. 나는 별일 없으면 주말 평일 할 거 없이 항상 학교가. 

박사생으로서 “박사생은 이런 자질이 있는 사람이 잘 맞을 거 같다” 하는 것 있어?

😁: 일단은 연구에 흥미가 있고 공부를 좋아하는 사람? 

그런 사람만 와야 된다기 보다는 그런 사람들이 많이 오는 것 같아.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것을 좋아하고 배우는 것을 즐거워해서 연구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 

물론 박사를 해야 어떤 이득이 있더라 하고 시작하는 사람들도 물론 있겠지만 박사 생활이 결코 짧지 않기 때문에, 그런 동기만으로 오게 되면 4-5년이 넘을 수 있는 시간 동안 되게 힘들 거 같아. 

# 미국 오고 바뀐 나의 모습이 맘에 든다.

미국 박사 생활이 생각보다 막막할 수 있네…

😁: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 박사 생활하는 건 좋은 것 같아. 새로운 환경에 와서 공부를 하는거다 보니까 마인드가 달라지는 것 같기도 하고, 한국에서는 같은 환경에서 매일 보는 사람들이랑만 주로 함께하다 보니까 그런 점이 장점이 돼서 연구 실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겠지만, 환경이 급격하게 달라지는 미국에 있다 보면 인종/언어 모든 것이 다 다른 이들과 함께하면서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장점이 너무 크다고 생각해. 

그리고 미국에 와서 나는 개인적으로 내 삶에 대해서 조금 더 잘 돌아보고, 내가 뭘 하는지 고찰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 한국에서 미국 처음 나올 때만 해도 입신양명을 해서 돌아가겠다는 독기를 품고 오는 경우가 많거든? 하지만 미국에 살다 보면, 아무래도 서양식 사고방식에 영향을 받아서, 디톡스가 많이 되고 그래서 결국은 ‘내가 지금 원하는 게 뭐냐’와 같은 욕구와 그 근원에 대한 것들을 고찰하게 된다는 거지. 나 같은 경우에는 허상을 좇고 있었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던 것 같아서 지금 돌아보면 나도 되게 달라진 거 같아. 그게 유학 와서 가장 많이 달라진 점이고 참 감사한 점인 것 같아.

마인드셋이 달라진 것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더 있을까?

😁: 내가 사고 싶었던 신발이 있었는데, 되게 예뻤어. 근데 내가 그거를 살까말까 고민하면서 친구한테 했던 이야기가 “이거 너무 남자가 신기에 그렇지 않냐” 라는 말을 했는데, 그 친구가 나를 타박하더라고. 사실 맞지. 내가 뭐를 신던 남이 나를 어떻게 보던 그건 중요하지 않잖아. 그런 취향을 가지고 차별하는 거가 잘못된 거니까… 일면이긴 하지만 다양성이 많이 공존하는 사회에서 살다 보면 시야가 넓어지는 게 정말 맞는 거 같아. 특히 한국에서 회사 생활을 해본 사람들은 분명 느낄 테지만, 변화가 없거든. 딱히 변화할 필요도 없고.

물론 그 가운데 변화를 주려고 노력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면서 일상을 똑같이 살아낸다고 생각해. 나는 미국에 와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나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나를 알아간다는 것을 경험하면서 삶에 있에서 내가 지니는 가치관을 취사선택할 수 있었던 거 같아. 

‘저런 마인드는 멋지네’ , ‘저런 생각도 할 수 있네?’, ‘저렇게 말하는 방식이 참 좋다.’라면서 내가 한 번도 생각 안 해본 것들을 부딪히며 영향을 받게 되는 거지. 내가 경험했던 한국은 나이나 성별, 내가 지닌 환경에 대한 기준과 기대가 어느 정도 있고 그것을 충족하는 삶을 살려고 노력하는 게 분명히 있었다고 생각하거든. 예를 들면, 30대 남자의 연봉은 얼마여야 하고, 결혼은 언제 해야 하고 그런 것들? 그리고 그것을 성취하지 못했을 때의 압박이 있다고 생각해. 근데 미국 와서 보니까 미국 사회에서는 학벌, 성별, 환경으로 사람을 판단하고 그런 게 없잖아. 그래서 나도 그에 따라 사람에 대해 보는 편견이 없어지기도 하고, 이런 환경에 살면서 내가 점점 여유로워지는 내 모습이 마음에 들어. 

그렇다면 미국에서 후회하거나 힘들었던 순간들은 없어?

😁: 아… 음… (한참 생각하더니) 나는 근데 내 인생에 내가 그렇게 크게 힘들거나 큰일들이 있었다고 딱히 생각하지 않아서. 일단 계속 펀딩도 받았고 일상을 살아가는 데 큰 문제가 없었으니까 후회할 만큼 힘든 일이라고 하면 안 떠오르네

내가 알기로는… 멕시코 갔다가 여권 문제 생겨서 미국 못 들어올 뻔한 적도 있었고, 강도 만나서 죽을 뻔한 적도 있었고… 별일은 꽤 많지 않았어?

😁: 아… (이제 생각났다는 듯이) 그랬지. 사실 강도가 근데 총을 들이밀었을 때도 머릿속에는 이 사람들이 원하는 건 내 목숨이 아니라 돈이니까, 내가 그들이 원하는 걸 다 주면 죽을 일은 없겠다는 생각을 했어. 그래서 그때 그 사람들을 자극하지 않고 다 털어가라고 하면 될 거로 생각했지. 그래서 별일 없었잖아?

# 치열한 미국에서 여유를 주는 마인드

그래도 결국 차가 털리고 지니고 있던 거 다 뺏겼는데 왜 내가 타지에 와서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지 억울함이나 그런 걸  안 느꼈어?

😁: 물론 좀 어이가 없긴 했지만… 사실 그게 생각의 차이잖아? 물론 왜 하필 내 차였고, 왜 하필 나였고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내게 가장 중요한게 뭔가 생각해 보면, 내가 건강하고 내가 아무 문제 없이 살아있고. 그냥 돈 잃고 차 잃은 건데 뭐가 그렇게 힘들겠어!

스쿠터 타다가 팔 다쳐서 엄청 힘들었던 적도 있잖아. 그때도 안 힘들었어?

😁: 아.. 맞다 그지.. 그때는 좀 빡셌지. 내가 스쿠터를 타다가 세 번 다쳤는데, 한번은 엉덩이뼈가 다쳐서 힘들었어. 심지어 그때 병원 가면 패가망신한다고 해서 병원도 못 가서 혼자 고생하고.. 두 번째 다쳤을 때는 팔이 심하게 금 가서 응급실 가서 치료받고 (학교 보험이 있어서) 치료받으면서 다녔고, 마지막으로 다쳤던 게 아마 스쿠터 핸들을 놓쳐서 도로에서 어깨가 아예 아작나서 크게 다쳤지만? 앞서서 다친 경력이 있어서 이미 병원 경험도 있었기 때문에 그간 쌓인 해박한 지식의 도움으로 잘 대처할 수 있어서 참 감사했지. 

누군가에게는 정말 큰일이었고 고생이었고 이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그거를 별거 아닌 일이라고 생각하면 그렇게 되는 거니깐.. 뭐든 생각하기 나름이라고 생각해. 사실 어떤 일이 일어나고 나서 그 사건의 예후에 따라서 지난 일의 가치가 정의되는 건데, 내가 다쳤다고 해서 직장 잘린 것도 아니고, 관계도 내 마인드도 변함 없었고 결론적으로 지금 보면 그때 그 일들은 더 별일이 아니었던 거라고 말할 수 있지.

삶에서 발생한 모든 이벤트들 가운데 나쁜 일이라고 생각한 일들도 결국은 생각지 못한 다른 방식의 도움을 줄 수도 있는 거라고 생각해. 모든 것을 부정적으로 생각하기보다는 좋게 생각해 보면 진짜 좋은 일이 된다는 거지. 어떻게 생각하냐는 게 핵심인데, 어떻게 생각하냐는 거는 내가 컨트롤 할 수 있는 거니깐! 해야 하는 일들을 할 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 나는 내가 꼭 해야 하는 일이 있다면 그걸 의무감으로 해나가기보다 해야 하는 일에 내가 재미를 찾을 수 있도록 가치를 찾을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하거나 하고 싶은 방향으로 유도를 해왔던 것 같아.

그럼 이정민이 꿈꾸는 박사 이후의 삶은 뭐야?

😁: 나는 가정을 꾸리고 내가 사회에서 내가 해야 할 일 하면서, 가족에게 시간 많이 쏟고,해야 하는 일들 가운데 창의적인 일들을 계속할 수 있으면 좋겠어.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세상에는 무지성으로 반복적으로 하게 되는 일들이 분명 있거든. 근데 나는 어떤 문제가 있을 때, 이걸 어떻게 더 잘 해결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낸다던가 아니면 아카데믹하게 리서치를 해서 완전 새로운 컨셉을 생각해 내는 것과 같은 일을 하고 싶어!

평생 미국, 엘에이에 살고 싶어?

😁: 나는 지금은 엘에이를 벗어나고 싶지 않아서 그걸 고려했을 때 제한된 환경에서 내가 할 수 있는 하고 싶은 일들을 계속해 나가려고 노력할 거고, 어떤 형태든 가족을 만들어서 자리를 잡고 싶어. 하지만 그렇다고 영원히 미국에 남고 싶지는 않아. 10년 정도 뒤에는 한국에 들어가고 싶긴 해. 

일단 가족이 모두 한국에 있고, 알다시피 미국이 총기 문제나 마약 문제처럼 현실적인 문제들이 피부로 와닿고 있다고 생각해서… 그리고 나는 애들을 키울 때 아이들의 모국어를 한국어로 키우고 싶은 마음이 크거든. 아무래도 언어가 사고를 결정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많은 한국 사람끼리 공유하는 공통된 것들을 가졌으면 좋겠기에 나중에는 한국으로 가고 싶긴 해.

근데 뭐 이렇다 저렇다 해도 결국 미국에 살게 되어도 그것 나름대로 만족할 수는 있겠지. 나는 꼭 특정한 것이어야만 한다는 건 없어. 어디든 나름대로 살려면 잘 살 수 있지 않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