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2. 미군 여군의 진짜 생존기>

# 미군의 로망은 버려라. 군대는 실전이야

그렇게 들어간 미국 군대는 어땠어?

😊: 말로 표현할 수 없이 너무 힘들었고… 들어간 첫 주에 일요일에 5분 정도 부모님에 잘 도착했다고 전화하라고 휴대폰을 줬는데 내가 오열하면서 오빠랑 연 끊는다고 나한테 어떻게 이걸 가라고 할 수가 있냐고 욕이랑 욕은 다하면서 짧은 5분 동안 분노를 폭발했었어 (웃음)

이걸 뭐라고 설명해야 하지. (이를 꽉 악물며) 확실한 건 어디에서도 경험하지 못한 걸 경험할 수 있었어. 일단은 정말 모든 곳에서 사람들이 모이잖아. 되~게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는데, 사회에서 살아갈 때는 나랑 맞는 사람들이랑 모여서 살아가는 반면에 군대에는 초이스라는 게 없잖아. 엄청 폐쇄적인 공간에서 너무나 다른 진짜 생전 만날 일 없는 종류의 사람들을 다 모아놓고 나랑 맞지 않아도 계속 붙어있어야 하는 상황이 일단 정말 스트레스였어. 그리고 거기다가 체력적으로 새벽부터 일어나서 PT하고 움직이고 조금이라도 잘못되면 벌주고 이러니까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미치는 거지. 성격도 되게 많이 바뀌었어. 사람에 대한 기대가 없어지게 만드는 곳이었던 거 같아. 

그래도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한 몇 주 지나니까 조금씩 그 생활에도 익숙해지기 시작하긴 했어. 난 군대 생활하는 동안 낙이라고 하면 일과가 끝나고 샤워하고 침대에서 일기를 쓰는 그게 내 유일한 낙이었어. 거기에는 그거밖에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거든.

혹시 기억 남는 에피소드 있을까?

😊: 어딜가나 그렇겠지만 군대에는 특히 한 명씩 절대 이해 못 하겠는 애가 있거든? 내 방에도 그런 여자애가 한 명 있었어. 근데 진짜 웃긴 게 걔가 항상 열심히 하는 척 불쌍한 척하는데 모두가 걔가 열심히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아. 그게 눈에 보이는 애였어. 근데 밤에 다들 자는데 옆에서 끼익 끼익 소리가 나는 거야. 그래서 그 소리에 깨서 보니까 본인이 팔굽혀펴기 못 한다고 그거 연습한다고 밤에 연습하는데 그걸 침대 위에서 하는 거야… 아니 팔굽혀펴기하는데 그걸.. 침대 위에서.. (입을 다물지 못하고)

일단 내가 잠에서 걔 때문에 깬 것도 화나는데 그러고 있으니까, 화가 나 안나.

그리고 첫날에 울면서 전화했다고 했잖아. 그때 내가 너무 많이 울었나봐. 여자 *Drill sergeant가 들어와서 왜 우냐고 나중에 따로 부르고 물어보더라고 왜 우냐고. 근데 내가 거기다 대고 뭐라 이야기해. 뭔가 사연이 있는 건 아니잖아 내가? (웃음) 그냥 서러워서 운 건데… 그래서 뭐라 말하지? 내가 여기 싫어서 울었다고 말할 수는 없잖아… 근데 그 당시 엄마가 한국 돌아갈 계획을 하고 있었는데 그게 갑자기 떠올라서 엄마가 아예 한국 가는데 못 보게 되는 게 너무 슬퍼서 그렇다고 말했거든 ㅋㅋㅋㅋ 근데 그분이 날 갑자기 붙잡고 10주 트레이닝 끝나고 브레이크 때 한국 가서 엄마 보면 된다고 위로해 주는 거야. 그때 그분이 나 대신 비행기 티켓 확인해 준다고 막 찾아보다가 나한테 조심스럽게 남쪽이야? 북쪽이야? 물어보는데 그때 내가 울면서 “남쪽,,,” 했던 게 그게 좀 웃겨서 기억에 남네ㅋㅋㅋ

*Drill sergeant- 훈련 교관 또는 훈련 부사관

그럼 혹시 이건 정말 극한이었다 싶은 기억도 있어?

😊: 기초훈련 끝나기 전에 졸업 필수 요건 중에 마지막 훈련이 FTX라는 훈련인데 거기서 몇 십 마일을 행군을 해야하는 걸 Ruck March라고 해. 행군 배낭 풀로 매고 오른쪽 다리에 방독면 차고, 엠포 총 매고.. 몇 십 파운드 되는 걸 다 싸서 매고 새벽에 출발해서 심지어 평지도 아니야 올라가다가 발을 디디기도 힘든 경사를 20마일을 갔어야 했어. 그리고 그게 끝이 아니야. 끝까지 올라가서, 3박4일 동안 산 위에 머물러야 하거든? 근데 씻지도 못해. 심지어 하필 그때 토네이도가 온 거야. 그래서 비가 엄청 많이 와서 몸이 안 젖어 있을 때가 없었어. 모든 애들 몸에서 홈리스냄새가 났었어.

그리고 Tick이라는 벌레가 있거든? 그게 살을 파고드는 벌레야. 점점 피를 빨아먹으면서 커지는 건데, 내가 갔던 숲이 그게 진짜 많았거든. 근데 씻지를 못하니까 물티슈로 몸을 닦아서 씻고 있는 상황에서 3일이 지나니까 내 피부의 모공이 따끔따끔한 느낌이 있 는거야. 땀이 분출되어야 하는데 안 씻으니까 막혀서 못 나오는 느낌이 느껴지는 거지. 그런 감각을 그때 처음 느꼈어. 어떤 애는 그게 미친듯이 가려워서 소리 지르면서 구르더라고. 

심지어 밤에는 각자 텐트 치고 자다가 한 시간마다 옆 텐트를 깨워서 돌아가면서 보초 서는 훈련을 했는데 새벽에 엄청 비가 오는 날이었어. 보초를 서고 내 텐트로 돌아가서 안에 보이지도 그 텐트 안에 발을 딱 들였는데, 텐트 전체가 나뭇잎이고 뭐고 다 섞인 물바다인거야. 그래서 그걸 다 빼내고 물티슈로 내 몸을 닦으면서 내가 여기서 뭘 하는 거지 싶어서 서럽게 조용히 울었어. 그때가 제일 힘들었어.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아.

# 군인이었기 때문에 변한 것들

그럼 반대로 미국 군인으로서의 장점이나 변한 것들이 있어?

😊: 앞서 내가 말한 그런 것들을 다 하고 나면 무슨 일이 일어나도 겁이 없어지는 거 같아. “내가 군대도 다녀왔는데 이걸 못하겠냐?”하는 마인드가 생긴 거지. 근데 또 모르겠어. 후회는 항상 하거든. 내가 일상을 살다가 자꾸 거기에 가는 게 너무 스트레스인 거야. 매달 훈련을 갈 때마다 내가 이걸 왜 해야 하나 싶은 거지. 그리고 내가 아무리 군인 혜택 때문에 시작했다고 해도 일단 누군가가 시키는 일을 하는 이 시스템 자체가 내 성향이 너무 안 맞고 힘들어서… 정말 장점도 오로지 장점이라고 말하기 힘드네.

그래도 군대 가서 느낄 수 있었던 감사한 점이 있다면, 나는 미국에 계속 살았지만, 미국 애들이랑 친해질 수 없다고 항상 느꼈어. 근데 군대 가서 “아 이게 내가 잘못 가지고 있었던 고정관념이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 기초훈련 10주를 하고 나면 보직훈련으로 넘어가. 보직 훈련은 말 그대로 보직이 같은 애들끼리 모여서 그 보직에 대해서 훈련하는 건데 기초훈련을 같이했던 여자애 3명이 같은 보직이었던 거야.. 그때 같이 보직 훈련 넘어오고 친해지면서 걔네랑 졸업할 때까지 엄청 같이 다녔어. 목숨걸고 몰래 나가서 피자 사 먹고 그리고 애들끼리 사진 찍고…ㅋㅋㅋㅋㅋ 암튼 그래서 아직도 그 친구들이 지금도 생각이 나고, 좋은 인연이 감사하지. 물론 기억은 미화되니까 좋았던 순간들이 분명히 있었고 감사하지만 그래도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ㅎㅎ..

그리고 나의 태도도 확실히 달라졌어. 훈련을 마치고 학교로 돌아왔을 때, 내가 지내는 일상에 엄청 감사하게 되는 거지. 

군인이 되고 나서 사람들의 대우는 어때?

😊: 확실히 나 같은 케이스가 미국 군대 안에서 흔하지 않아. 미국 군대는 여자 비율도 적고, 그중에 아시안 여자는 엄청 드문 케이스라서 훈련을 마치고 학교에 왔을 때도, 아니 사회에 나가서도 군인이라는 신분을 가지고 있을 때 사람들이 respect 해주는 게 분명히 있는거 같아. 

기억 남는 것 중에 하나가, 보직 훈련이 끝나고 집에 돌아가는 비행기였어. 군인은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 여전히 군인 신분이기 때문에 절대 옷을 못 갈아입어서 무조건 유니폼을 입고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어디를 가든 간에 사람들이 전부 비켜주고, 앞에 있는 사람들 줄도 다 양보해 주고 “Thank you for your service”라고 말해주는 그런 것들이 진짜 이 사회에서 내가 존중을 받고 있구나 다시 한번 느낀 순간이었어.

군인은 보통 어떤 사람들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가는 거 같아?

😊: 너~무 다양해. 애들의 배경이 한 명 한 명 너무 다 달라서 한 명만 꼽을 수도 없고 카테고리 할 수도 없달까? 나이대도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온 사람부터, 와이프와 자녀들이 다 있는 사람들까지 다양하고 목적만 따져도 직업군인을 하고 싶은 애들도 있었고, 나처럼 학비 감면 같은 혜택을 목적으로 온 애들도 있고, 진짜 단순히 조국에 대한 애정이 있는 애들도 있고, 군대라는 시스템 자체에 관심이 있어서 온 애들도 있었어. 심지어 가정환경이 좋지 않아서 군대 가서 차라리 지원받으면서 자립하는 게 낫겠다 싶어서 온 애들도 있고, 홈리스였다가 온 사람도 있고… 근데 한국인들은 대부분 베네핏 때문에 오긴 하는 거 같아. 

# 군인 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들어라

주변에서 미군 할까 물어보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 이런 질문을 진짜 많이 받는데 난 항상 말해. “가지 마라” 

현역으로 갈 거 아니면 굳이 꼭 갈 필요는 없는 거 같다. 경험은 분명 좋은 경험이지만, 사서 할 경험은 아닌 것 같아. 물론 학비가 충당된다는 장점은 있지만 *FAFSA도 있고 분명 다른 방식으로 지원 받을 수 있는 재정보조금도 있는 건데 그게 군대여야 하는 이유는 모르겠어. 

실제로 난 항상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다들 하지 말라고 하는데, 내 말을 듣고도 내 말을 따른 사람은 없긴 해. 

다른 조언은 미군에 대해서 관심이 있고 미군을 하고 싶다 하는 사람한테는 유튜브에 “US Army Basic Traiging” 영상을 보라고 해. 그걸 보잖아? 내가 집에서 침대에서 이걸 보고 있는 사람인 게 다행이라고 생각하게 될 거야.

*FAFSA -Free Application for Federal Student Aid의 약자로 미국 연방정부에서 수여하는 학자금

군인으로서 가장 크게 얻은 것과 후회되는 것?

😊: 가장 크게 얻은 것은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있구나’를 배운 거. 그리고 나의 인내력 또는 한계가 높아진 거. 쉽게 생각하면 멘탈이 세졌다고 해야 하나…어디를 가서든 뭐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 거지. 솔직히 내가 군대에 갔던 시기가 코로나였어서  딱 버리는 시간에 간 거라서 그 시간에 뭘 하면 더 좋았겠다 싶은 건 없는 거 같아. 

아 그리고 또 배운 건 세상엔 공짜가 없다는 걸 배운 거! 군인으로서 받는 혜택과 대우만큼 그만큼 더 굴렀거든. 모든 것에는 제값이 있구나 싶더라고.

# 군인 김예린 말고, 사회인 김예린

지금은 어떻게 지내? 아트를 전공하고 졸업하고의 근황이랄까?

😊: 평소에는 아이들 가르치는 미술 선생님으로 있다가, 한 달에 한 번씩 군복 입고 군인이 되고 있어 (웃음)

나는 미술이 좋아서 전공을 선택했고 후회하지 않아. 근데 졸업하고 나서 현실적인 벽에 부딪혔던 건 이과에 비해 취직하기 진짜 힘들더라고. 그중에도 제일 힘들었던 건 내가 뭘 하고 싶은지가 없어서 그게 힘들었어. 내가 예체능이었다고 한들 내가 뭘 하고 싶은지가 명확했다면 그걸 밀고 나갔을 텐데 그게 없다 보니까 더 갈피를 못 잡고 힘들었던 거 같아.

그러다가 운 좋게 주변 지인 중에 미술학원 오픈 준비하시는 분이 계셔서 아이들 가르치는 걸 어쩌다 하게 되었어. 사실 이제 오픈한지 1달 조금 되었고, 내가 이 일을 너무 잘 맞다 이런 생각이 드는 건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또 이런 경험들이 어떻게 쓰일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어. 이미 있는 미술학원에서 일할 수도 있는데 내가 왜 오픈하게 된 미술학원에서 일하게 되었으며, 왜 내가 이곳에서 미술학원의 처음부터 끝까지 같이 고군분투하게 되었는지 말이야. 그 이유가 분명 있을 거라는 거지. 언젠가 내가 나중에 비즈니스를 하게 되었을 때 지금 하는 경험들이 분명 사용될 것이라고 생각하며 현재에 충실히 하고 있어.

나중에 비즈니스를 할 생각이 있어?

😊: 맞아. 난 지금 내가 하는 일을 평생 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아. 언젠가 나는 나만의 비즈니스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거든. 그래서 뭔가 미술학원을 단순히 일한다는 마음보다는 어떻게 운영하는지에 대한 것들까지 그 마인드와 세팅을 배운다고 생각하고 일하고 있어.

내가 방황하고 있다고 느꼈을 때 베이킹을 배웠는데, 그때 내가 이걸 진짜 좋아한다고 느꼈어. 그래서 언젠가 나중에 이쪽으로 꼭 사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진짜 내가 가지고 있는 언젠가의 목표는 제과제빵 쪽을 제대로 배워서 나만의 비즈니스를 하고 싶어. 물론 그때의 내 비즈니스를 할 때 내가 아트 전공을 했던 것부터 군인으로서의 경험, 그리고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이 분명 영향을 줄 거라고 생각해. 

중학교 1학년 때 미국에 와서 고생한 사람으로서, 미국에 오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솔직한 한마디? 

😊: 현실적인 조언..? 솔직히 “오지 마세요” 

신분이 확실하다면 혹은 재정적인 것들이 넉넉하다면 한 번쯤 오는 건 나쁘지 않아. 경험이랍시고 해볼 법 해. 근데 신분이 없고, 와서 신분도 해결해야 하는 입장이라면 추천하지 않지. 왜냐하면 나는 신분을 해결할 필요가 없는 입장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곳에 살면서 계속 이방인이었어. 내가 한국에 있었을 때는 내가 메이저인 사회에서 사는 다수인데, 미국에서의 나는 결국 마이너로 사는 소수인 거거든. 물론 젊을 때 하고 싶은 거 하는 거 좋지. 근데 현실적으로 조언을 해주자면, 실패할 확률이 크다는 것과 돈이 진짜 많이 든다는 것을 알고 오라고 할 거 같아. 근데 이런 부분을 고려하고 나서도 오고 싶다면 그건 뭐 와야지. 

근데 그런 부분을 고려하고 온 게 아닌 이상은 많이 힘들 수 있다고 말하고 싶어. 잠깐 몇 개월 몇 년 살기는 분명 좋을 테니만 근데 그냥 살기? 그건 쉽지 않다고 생각해. 나 같은 경우에는 내가 학교를 졸업할 때 유학생 친구들이 결국은 다들 한국으로 돌아가는 걸 보면서 정말 슬프면서 이게 진짜 쉽지는 않구나 생각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