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 19세, 은행취업성공기 (feat.전교1등)>

# 시작부터 남다른 상업고등학교 진학

학창 시절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해 줄 수 있어? 

😊: 중학교 때까지 나는 공부를 못한 건 아니였는데 애매한.. 반에서 5등 정도 하는 친구였어. 특히 수학을 어려워하는 평범한 학생이었지. 근데 우리 아빠가 교육 쪽에 관심이 많아서 학부모 대표같은 것도 맡으셨거든. 아빠가 그렇게 알아보다가 나한테 “네가 인문계를 가게 되면 수학도 어려워하니 애매한 성적을 받을 가능성이 높고, 그럼 너가 가고싶어하는 대학교를 입학하기가 어려울 테니 차라리 상업고등학교를 진학해서 좋은 성적으로 좋은 회사에 들어가는 게 나을 거 같다”고 이야기를 해주셨어. 내가 그 당시에 전주 완산중학교를 다니고 있었는데, 바로 옆에 회계를 공부하는 완산여고라는 상업고등학교가 있었거든. 

당시에는 상업고등학교 이미지가 좋지는 않았어서 나도 걱정을 좀 하긴 했는데, 아빠 이야기를 포함해서 주변 이야기를 들어보고 알아보니 그렇게 취업하는 게 불가능해 보이지도 않았고, 나만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나는 그렇게 상업고등학교를 가기로 결정했어.

상업고등학교 진학 후의 학교생활은 어땠어?

😊: 솔직히 말하면, 분위기가 공부하기에 막 좋은 환경은 아니었어. 근데 내가 여기서 공부를 놔버리면 완전 내 인생이 놓아질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서 오히려 되게 열심히 공부하게 되더라구 (웃음). 그래서 학교 다니는 동안 딱 한 번 전교 2등을 해봤고, 항상 전교 1등이었어.

물론 상업고등학교여서 난이도가 일반 고등학교에 비해서 쉬웠지만, 그 나름대로 반에 30명 중에도 10명은 열심히 하는 애들이 있었고, 나름대로 경쟁자들도 있었어서 좋은 자극을 받으면서 열심히 공부할 수 있었던 것 같아. 그리고 상업고등학교다 보니까 학교 공부하면서 자격증도 같이 공부하고… 그렇게 고등학교 생활을 걱정했던 것보다 잘했어!

# 19살, 은행에 취직하다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바로 은행에 취직했다며? 그 과정이 어떻게 돼?

😊: 우리 학교 특성상, 고등학교 3학년 때쯤에는 무조건 취업해야 하는데 내가 나름 학교에서 1등이다 보니까 학교 내에서도 나에 대한 기대가 되게 큰 상황이었고, 나도 더러 마음이 급해져서 국민연금공단 같은 유명한 각종 공사들은 다 넣어봤는데 쉽지 않았어. 1,2차 붙어도 끝까지 가는 게 정말 힘들더라고.

그러다가 전라북도에서 하는 취업 오디션이 있었는데 그걸 참가하게 되었어. <잡영 챌린지>라는 취업 오디션이었는데, 전북은행, 이스타항공, 한국전기안전공사, 원광대학교 병원 네 곳의 기업이 참가해서 분야별 1등을 채용하는 구조였거든! 이 챌린지는 서류 심사와 심층 면접, 공개 오디션 등을 거쳐서 최종 6인이 정규직 채용이 되는 거였는데 그 당시 400명이 좀 안되는 참가자가 모였고 나도 전북은행 분야에 참가해서 1등을 하게 되었어..! 그렇게 직장생활을 시작하게 된 거야.

19살에 은행 취직이라니! 직장생활은 어땠어?

😊: 원래 전북은행이 고졸을 안 뽑은 지 5년 정도 되었는데, 기적적으로 돼서 다니게 된 거라, 막상 은행에 들어가니까 동기들은 다 20대 후반이었고, 나 혼자 19살이더라고..ㅎㅎ 회사 처음 들어갔을 때는 다들 내 나이 보고 놀랐고, 사실 19살부터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된거니 고생했지. 처음에는 직장생활이 마냥 재밌었던 것 같아. 갓 20살이니까 회식 자리 가도 나 혼자 텐션좋고, 오빠 언니들은 엄청 힘들어하고 그랬는데, 지금 내가 그 언니 오빠들 나이가 돼보니까 20살들이랑은 나도 이제 그렇게 못 놀겠더라구..ㅎㅎ (웃음) 그때 언니 오빠들 마음을 내가 지금 느끼고 있어ㅋㅋㅋ

어쨌든 그렇게 입사해서 나름 적응도 잘하고, 평생직장 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 그 당시에 처음 은행에 들어갔을 때는 야근수당 이런 개념도 없었어서 월급 200도 안 받으면서 10시 넘어서 퇴근하고 그랬거든. 특히 내가 은행 본사에서 일하기도 했었고, 그 와중에 일이 너무 많은 부서를 가게 되면서 드라마에서만 보던 부장님이 서류 던지고 이런걸 제 눈으로 보게 되는 일이 허다했어. 상사가 안 가면 집에도 못 가고 할 일도 없는데 앉아있는 그런 생활을 1년정도 그렇게 하니까 진이 빠지더라. 

본사에서도 일을 했지만, 지점으로도 발령 나서 창구에 앉아서 일하는 일도 했었는데 그게 오히려 나한테는 더 나았던 것 같아. 그래도 지점에서 일하면 퇴근 시간이라는 게 있으니까! 지점에서 일하면서부터는 퇴근 시간도 일정하고 괜찮았던 것 같아. 근데 아무래도 은행원은 영업을 계속해야 하잖아? 나도 성격이 완전 내성적이어서 사람한테 말도 잘 못 거는데 진짜 일하다 보니까 사회화돼서 앉자마자 말이 술술 나올 지경이더라고…ㅋㅋㅋ

# 5년의 직장생활 끝에, 퇴사를 결심하다.

그렇게 직장생활에 잘 적응했는데, 어쩌다 미국행을 결심하게 된 거야?

😊: 앞서 말했듯이 창구에서 일하면서 상품 팔고 보험팔고.. 그게 익숙해짐을 넘어서서 몇 년 하다 보니까 좀 많이 지쳤던 것 같아. 처음에 은행에서 일하게 되었을 때는 20대 초반에 좋은 직업 가지고, 먹고 싶은 거 다 먹고, 부모님 사드리고 싶은 거 다 사드릴 수 있고 그런 행복이 컸었고 실제로 그게 좋아서 5년을 버틸 수 있었어.

그러다가 25살이 되니까 대학교를 안 간 게 슬슬 신경 쓰이더라고. 처음에는 대학이 없어도 좋은 직장 있으니 뭐 이런 생각이 있었는데… 내가 이 나이대에 대학교를 안 가면 평생 못 갈 거 같은 느낌이 오더라고. 

결국 퇴사를 결심하고 대학교를 가야겠다는 계기가 된 건… 5년간 일상이 똑같이 반복되는 그 지점에서 지친 이유도 있는 것 같아. 나는 내가 은행에서 일한 5년의 기억이 잘  안나거든. 기억에 남는 일이 없으니까 그 시간이 그냥 쑥 지나간 것 같은 거야. 그리고 퇴직하는 지점장님 얼굴이나, 아니면 바로 옆에 있는 차장님 과장님 대리님 얼굴 보면 다 죽을상인데 그걸 볼 때마다 내가 이거를 10년, 20년 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고, 그런 생각을 하면 갑자기 숨이 턱턱 막히더라고. 근데 이건 현실이잖아. 그래서 내가 이때가 아니면 이곳을 못 벗어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이런 생각이 든 지금 대학을 안 가면 정말 후회할 거 같다라는 생각에 결심이 서서 미국 유학을 결심한 거야.

왜 근데 대학을 가야겠다는 생각이 미국 유학으로 이어졌는지 물어봐도 될까?

😊: 대학을 막상 가려고 하니까 수능도 봐야 하니 (한국에서 입시 생활을 해본 적이 없어서) 막막하고 야간대학교를 가자니 별로 메리트가 없는 것 같았어. 그러다가 내 친구 중에 *Community College 다니다가 UCLA로 편입한 친구가 있었거든. 내가 사실 그 친구를 중학교 때부터 알았는데 걔가 그렇게 똑똑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어.. 뭔가 얘가 하면 나도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그런 생각이 문득 들어서…ㅋㅋㅋㅋ 그래서 미국 대학을 가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거야.

나는 미국에 대한 꿈이나 로망 같은 것들은 없었지만 한국에서 처음부터 입시 공부를 해서 대학을 갈 자신은 없었고 사실 영어는 그나마 자신 있고 좋아했었기 때문에 차라리 미국에 가볼까 한 게 커. 그리고 실제로 찾아보니까 *Community College에서 다른 4년제 대학교로 편입하는 그 시스템 자체가 미국 내에서 되게 잘 설계되어있다는 것을 알게 돼서, 이건 내가 하면 할 수 있겠다 싶은 느낌이 들었어. 

*Community College- 미국은 4년제 대학교를 가기 위해서 “CC 편입 방법”을 학생들이 많이 택하게 되는데, 이는 2년간 CC(커뮤니티 칼리지)에서 공부한 후 대학교 3학년으로 편입을 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주로 학비 절약 및 자신의 현재 수준보다 높은 대학을 진학하기 위해서 활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