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2. 미국 현실에서, 꿈을 찾은 오늘까지의 이야기>

# 영주권까지의 4년이라는 시간을 통해

졸업하고 언론 분야로 취업했는데, 이것도 현실적인 선택의 일환이었을까?

😊: 맞아. 언론 분야로 직장을 처음 잡은 것도 내가 언론인이 돼야지 하고 잡은 건 아니야. 나는 졸업하고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언론사에서 일을 했는데 졸업한 이후 그 당시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신분 문제였거든. “신분 문제를 해결하는 거”.

특히 내가 졸업한 시기가 트럼프 정부 시기였고 내 주변 사람들이 다 한국으로 돌아가서 남아있는 사람이 정말 없었어. 다들 돌아가면서 여기 굳이 남아서 이방인으로 살고 싶지 않다고 말하며 돌아갔지. 그 말이 맞아. 여기(미국)는 어떻게 자리를 잡고, 어떻게든 영주권을 받게 되더라도 우리는 영원한 이방인인 것은 변하지 않는다는게 사실이니까... 하지만 나는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마음만큼은 확고했어. 이대로 돌아가면 이도 저도 아닐 거 같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그렇게 돌아갈 바에야 어떻게든 남아보겠다고 생각했지!

그렇게 해서 영주권 신분 관련해서 취업을 찾아보다가 연결된 게 그 회사였고, 기자로 일하게 된 거야. 감사하게도 막상 일해보니까 직무가 적성에 잘 맞았어. 사람들 만나서 이야기 듣고 이런 걸 좋아하고, 글 쓰는 것도 좋아했거든! 나름 정말 즐겁게 일을 한 것 같은데 일을 하다보니 이 분야에서 내가 끝까지 일 할 수 있다는 생각은 점차 줄어들게 된 것 같아.

졸업하고 한 직장에서만 보낸 4년의 시간은 어땠어?

😊: 나는 그냥 버텼던 거 같아. 미국은 내게 선택지 없이 남아야만 하는 공간이었기에 일까지 재미없고 힘들었으면 정말 힘들었을 것 같은데, 감사하게도 일은 재밌었어. 기자라는 직업이 너무나도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포지션이어서 사회초년생이었던 나에게는 최고의 직업이었다고 생각해. 하지만 이제 일적인 부분 외에, 상사분들은 다 좋으신 분들이셨지만, 또래가 없고 딱딱한 분위기의 직장생활은 쉽지 않았어. 그리고 나는 신분 해결이라는 과제가 있었기 때문에 아무도 내게 눈치를 주지 않아도 스스로 눈치를 보는 게 항상 있었던 것 같아. 걱정이나 불안에 짓눌려 있었던 거지. 

물론 그 당시 상황에서  직장을 통해 좋으신 분들을 만났고, 또 영주권이 해결된 건 정말 감사한 일이지만, 4년이라는 시간은 버텼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

그럼 4년의 직장생활 뒤에 영주권이 나온 건데, 그 과정을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은?

😊: 영주권은 신청 후 3년 뒤에 나왔어. 영주권 신청 당시 팬데믹이 터져서 호의적인 상황도 아니었고, 그 과정에서 신분 유지 때문에 학교도 다녔어야 했고… 사실 스트레스 많이 받았지. 하지만 미국에 무슨 일이 있어도 남을 거라는 결심이 있어서 그 마음으로 견뎠던것 같아! 아마 이런 마음이 아니었다면 나는 애초에 영주권을 시작도 안 했을 것 같아. 

그리고 경제적이나 시간상으로 여유가 있어서 영주권 진행을 시작했다면 그 과정이 힘들었을 때 그만두고 한국에 돌아갔을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영주권을 시작했다는 것 자체가 나에겐 끝까지 버티겠다는 의지 자체였어. 그래서 중간에 어떤 일이 닥쳐도 그게 나의 의지를 흔들지는 못했던 것 같아.

# 영주권을 넘어 꿈을 찾아 나서는 2막, 의대를 준비하다

그럼 그렇게 영주권을 취득하고 다른 분야로 이직하게 된 이유는 뭐야?

😊: 사실 나는 어떤 일이 닥쳐야 하는 스타일이거든? (웃음) 영주권도 받았겠다, 일도 잘 맞겠다 일을 하면서 그다음 일은 찬찬히 세워야지~ 할 수도 있었는데 회사 사정상 직장을 옮겨야 하는 상황이 생겼어. 발등에 불 떨어진 그 상황이 사실 나한테는 또 하나의 기회가 된 거지. 그렇게 주어진 상황에 맞춰 박차를 가해 이직을 준비하게 됐고 잊고 있었던 정신과 의사의 꿈을 다시 찾게 되었어.

정신과의사라는 꿈을 원래 가지고 있었던 거야?

😊: 응 맞아. 사실 정신과 의사라는  꿈이 스스로도 현실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그냥 내 마음 한 구석 어딘가에 간직만 해두었던 것 같아. 그러다가 이직 도전할 당시에 엄마가 미국에 오셨는데, 그때 나에게 꿈을 도전해 보는 거 어떻겠냐고 한마디를 해주셨고 그때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어.

그리고 나서 찾아보니까, 내가 옛날에 정신과 의사가 되고 싶어서 그 쪽 분야의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메시지도 보내고 이것저것 많이 했었더라고 (웃음). 그제야 내가 오랜 시간 동안 이 꿈을 품고 있었구나 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지금 도전 해봐야겠다’라는 생각을 했어..

내 안에서 쉴 새 없이 드는 의문인 ‘지금 시작하기에는 너무 늦은 거 아닌가?’라는 질문에 10년 뒤에 의사가 돼도, 그래도 마흔인데 어때! 라는 답을 하면서 내 스스로 던지게 되는 질문들에 스스로 답을 내리며 결정했던 것 같아. 이제는 영주권이 생겼으니 경제적인 부분들도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옵션도 생기고, 그 외에 드는 현실적인 문제들 고민들도 하나씩 답을 스스로 해나가면서 새로운 도전에 확신이 섰어! 돌아보면 대학교 때 심리학을 이중 전공한 것도 예전부터 오랜 시간 동안 사람과의 대화나 정신건강 분야 같은 곳에 관심이 있었고, 마음 한편에 있었던 꿈을 다시 꾸게 된거지 ㅎㅎ

의료분야, 정신 분야에도 다양한 직업이 있는데 “정신과 의사”를 꿈꾸는 이유?

😊: 나는 이왕 하는 거 끝까지 찍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기도 하고, 하지만 정신과 의사가 최종 목표는 아니야. 정신과 의사도 내게는 한 걸음이라고 생각하고, 난 ‘정신의학 시스템을 개혁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있어. 또 그런 시스템이 반영된 센터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도 있고. 그러다 보니까 이런 것들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의료 계통에서의 경험이나 전문 지식이 있어야 해서 정신과 의사를 당장은 목표 하고 있는거야!

# 익숙한 곳을 떠나서 새로운 도전을 하는 오늘

언론 쪽에서 의료계통으로 전문 분야를 바꿀 때 이직의 어려움은 없었어?

😊: 이직 과정에서 일단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경험을 다 끌어모아서 이직하는 분야로 어떻게든 연결하려고 한거같아. 이직 과정이 물론 쉽지는 않았지만, 일단 지금 하는 일이 전문 경험이 필요한 포지션은 아니고 *Entry job이기 때문에 내가 기자로 일했을 때 일한 경험들 또는 심리학 부전공한 이유와 같은 모든 것들을 연결해서 이 직무의 기회를 잡을 수 있었어. 사실 나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나 모든 경험이 빌드업이라고 생각해. 겉으로 보기에는 무관한 경험일 수 있더라도 그걸 어떠한 필드에서든 사용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서 설령 하고 싶은 것과 다르다고 느끼더라도 지금 하는 일들을 이런 마인드로 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Entry job- 사전 경험이 없이 아주 짧은 기간의 훈련과 교육만으로도 할 수 있는 직무

그럼 지금 하고 있는 일에 관해 설명해 줄 수 있어?

😊: 내 현재 잡 포지션은 Health advocate야. 직장은 Asian Health Service (Community Health Center)이고, 우리 팀은 코로나 때 설립이 되었어. 혐오범죄가 많은 시기였기에 혐오범죄에 노출된 사람들을 위한 서비스와 그것을 넘어서 현재는 다양한 범죄/폭력 피해자를 대상으로 사람들이 누려야 하는 사회복지 권리복지와 같은 일들을 지원해 주는 일들을 주로 하고 있어. 특히나 범죄나 폭력에 관련된 환자분들과 대화하고 지원 서비스를 연결해 주는 팀에서 일하는 중이야. 

사실 나는 계속해서 Mental Health 분야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이 직무가 정말 나랑 잘 맞는다고 생각을 하고 있어. 특히 대부분의 환자분이 트라우마를 가지고 오시는 분들인데 이분들과 함께 치료의 과정을 함께하는 롤을 수행하면서 배우는 게 정말 많아. 일을 하면 할수록 사명감을 느끼고 있고, 또 이쪽 분야에서 일하는 것에 대한 확신을 가지게 된 것 같아.

Mental Health라는 분야에서 일하겠다는 생각은 처음부터 확고했던 거야? 

😊: 사실 처음에는 Tech 회사에도 많이 지원했어. 요즘에는 정신건강과 관련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Tech 회사도 많으니까, 정신건강과 관련된 모든 분야는 다 지원했고, 그렇게 지원하다 보니 커뮤니케이션 전공을 살려서 저기도 지원해 보고 여기도 넣어보고… 

돌아보면 나조차도 그 당시에 방향성이 없었던 것 같아. 내가 테크 회사를 왜 가야 하지?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스스로도 없었다고 해야 하나? 근데 그게 그렇게 하면 안 되었던 거지.

그뿐만 아니라 꿈을 찾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현실적인 부분에서 머뭇거림도 있었던 것 같아. 여기까지 왔는데 지금 와서 의대 공부를 시작한다고? 라는 질문을 꺼내는 것조차 스스로 무서웠고, 어디에다가 말도 못 할 것 같고. 또 경제적으로 봐도 이제는 공부할 때는 아니지 않나 라는 생각도 들었거든. 그래서 이쪽으로 하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쉽게 마음을 잡지 못하고 방황하던 시간이었어. 근데 그렇게 생각이 많을 시즌에 엄마가 꿈을 복기하는 말을 해주었고 그게 큰 기폭제가 되었어. 엄마의 그 한마디로 마음을 정했고, 방향성을 정하고 나서는 일을 찾는 게 수월했어. 정신과 의사를 하고 싶고, 의대를 가야 되면 어떤 일을 해야 하지? 라는 질문으로 일을 찾기 시작했고, 그렇게 해서 이곳을 알게 되었고 지원해서 일하게 된 거야(웃음)

이 일을 하면서 보람찼던 경험이 있다면?

😊: 이곳에서 일하다 보면 진짜 다양하게 피해를 겪으신 분들을 많이 만나게 되거든. 내가 기자로 일했을 때는 절도니, 폭행이니, 아시안 혐오범죄니 워낙 많은 사건을 다루다 보니까 그런 것들에 오히려 무뎌졌었던 것 같아. 근데 지금은 그런 어려움을 직접 겪은 사람들과 대화하고 얼마나 힘들어하는지를 직접 알고 느끼다 보니 그 과정에서 경험한 일들이 더욱 인상 깊어.

가장 최근에 보람찼던 것은 내가 만나는 클라인트분들 중에는 아시안과 시니어들, 그리고 영어가 아닌 자신의 언어(모국어)만 사용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런 분들의 특징은 정신건강 분야에 대한 선입견이 많아. 상담받으면 아픈 사람, 약한 사람으로 인식한다던지 스티그마가 되게 크다고 해야 할까? 최근에 어떤 환자분이 본인에게 제공되는 서비스가 있어도 안 받겠다고 하는 분이 계셨는데, 그분과의 관계 형성을 통해 이런 것들을 계속 알려드리며  다뤄나갔거든. 그리고 결국 Asian Health Service에서 상담도 받으시고 서비스받으시면서 ‘정신건강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 ‘내 스스로를 돌보는게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고 내게 말하셨는데 그걸 듣고 정말 많은 보람이 느껴지더라고. 

사실 그게 나의 목표야. 모두가 정신건강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았으면 좋겠어! 그래서 내가 이왕이면 이 분야의 최고가 되고 싶다고 하는 건, 정신건강 분야의 권위자가 되었을 때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더 많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기도 해. 

자신과 똑같은 상황에 있는 사람이 있다면, 자신이 경험한 것들을 토대로 미국을 추천해?

😊: 물론 한국이 살기 좋지. 재밌고 편하고… 너무 살기 좋잖아. (웃음)

하지만 나랑 똑같은 사람이 있다면 나는 당연히 오라고 할 거야. 왜냐면 나는 확고했으니까. 하지만 사람마다 성향이 다르고 원하는 게 다르고 방향이 다르니까! 모두가 다르기 때문에 함부로 ‘이게 맞다’, ‘이게 좋다’라며 추천을 하지는 못할 것 같아. 하지만 내 입장에서 나의 삶은 후회가 없었고, 적어도 나와 비슷한 “미국에 남고 싶은 마음이 확실한 사람”이라면 “와서 버텨봐라”라고 말할 것 같아. 미국이라는 곳은 버텼을 때 버텨서 해낼 수 있는 곳이라는 것을 내가 직접 경험했기 때문에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격려의 말인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