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2:미국 땅에서 한국회사를 다니는 외국인 노동자의 삶>

# 미국에서 일할 외국인 노동자로 스스로를 어필하기

그럼 그렇게 중국을 떠나서 다시금 미국행을 꿈꾸게 된 이유는 뭐야?

😄: 일단 미국이 내 머릿속에 어렴풋이 있었던 이유를 설명해야 할 것 같아. 정말 아주 사소한데, 어릴 때 막연하게 미국에 와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있었어. 그러다가 삼촌이 텍사스에 사셔서 20살 때 처음 미국을 놀러 갔지. 동네를 혼자 거닐다가 반대편으로 길을 건너려고 하는 참에 차가 오길래 기다리려고 했어. 그렇게 차가 지나가도록 서 있는데 차가 먼저 서고 나를 먼저 지나가라고 하는 거야! 근데 정말 사소한데 이 사소한 배려가 한국에서는 상상도 해본적 없는 그런 거잖아. 그래서 그 당시에 내가 “이게 선진국인가?” 싶으면서 미국에 대한 기억을 마음 안쪽에 재워뒀던 것 같아.

그리고 중국 대학교 졸업 후, 한국에 다시 돌아와서 진지하게 진로에 대해 고민하게 되면서 내가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하니까 막막하더라고. 20살 넘어서는 한국에서 살아본 적도 없고, 한국에서 취업을 잘할 수 있는지에 대한 자신도 없는 거야! 그래서 그때 미국에 취업하는 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 

사실 처음에는 미국에 가고 싶은데 여러 가지 방법들을 보다가 미국으로 여행을 가는 건 내가 가진 자본에 비해 기간이 너무 짧아서 그 짧은 시간에 미국을 경험하는 건 내게 가치가 떨어진다고 판단했고, 긴 시간 미국에 사는 거라면 가치가 있다고 결론을 내렸어. 근데 대학원은 돈이 너무 많이 드니까 미국에서 돈을 벌면서 살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찾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J-1비자를 알게 된 거야.

J-1 비자로 미국에 오기까지의 걱정은 없었어? 아무래도 확신 없이 미국이라는 먼 곳으로 가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을 텐데!

😄: 그치 아무래도..ㅎㅎ 앞서 말했듯이 미국 취업에 대해 고민하고 찾고 있을 때 취업 설명회, J-1 비자 설명회 같은 게 있었는데 거기서 나와 비슷한 백그라운드를 가진 분을 만나게 되었어. 그분도 나처럼 중국에서 대학을 나왔고, 심지어 중국에서 10년 정도 살다가 미국으로 J-1 비자를 통해 미국에 가서 영주권까지 따고 잘 적응한 케이스였거든. 그분은 중국에서 살았던 시간을 미국에서 경쟁력 있게 사용하셔서 잘 사시고 있다고 하셔서 그 말을 듣고 나도 저렇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확신이 들고, J-1 비자를 준비하게 된 거야.

J-1 비자 발급 과정이나 미국 회사 취업 과정은 어땠어?

😄: 신기하게 J-1 비자로 이력서 넣기 시작하고 얼마 안 돼서 인터뷰 요청이 엄청 많이 왔어. 내가 사실 중국에서 대단한 걸 한 것도 아니고, 자격증 몇 개 그게 다인데 솔직히 의아했지..? 돌아보면 엄청 치열하게 대외 활동을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꾸준히 따놓은 자격증과 학교생활에서 충실했던 부분들을 어필해서 지원했고 그렇게 지원하고 오퍼레터 받기까지 3주 정도밖에 안 걸렸었어. 그렇게 엄청나게 짧은 시간 만에 오퍼레터를 받고 일사천리로 이뤄지는 미국행에 스스로도 좀 당황했었던 것 같아 (웃음)

# 미국 현지 한국회사에서 살아남기

그렇게 오게 된 미국 회사 어때? 기대와 현실이 차이가 있어?

😄: 일단 내가 있는 회사는 한국에 본사가 있고 미국에 지사가 있는 회사로 나는 지사로 취직을 한 입장이야! 그렇다 보니 미국에 있는 한국 회사라는 게 가장 큰 특징이고 그 점이 장점이자 단점으로 여겨지는 것 같아. 사실 처음에 면접 볼 때는 회사 내에 외국인과 한국인의 비율이 반반 정도 된다고 했어. 하지만 지금 회사는 그렇지 않았지. 한국에서 생각하고 온 미국 회사는 아무리 한국 회사라고 하더라도 거의 미국의 문화일 거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영어도 엄청 겁내고 왔는데, 내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을 정도로 한국인들이 많더라고 (웃음) 그게 물론 마냥 싫지는 않았어. 영어에 대한 자신감이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덕분에 미국에서 처음 삶을 시작하는 데는 적응을 하기에는 편한 환경이었기 때문이야. 그리고 장점은 아무래도 한국 회사이다 보니 일 처리가 빠르고 정확하다는 거? 미국 생활의 답답함이 없는 회사 문화가 있지.

근데 장점과 같은 특징들이 단점이 되는 거 같아. 미국회사에 대한 경험을 하고 싶어서 온 것도 있는데 너무 한국 회사 분위기인 게 아쉬움으로 남아..ㅎㅎ 그래서 혹시 미국에 있는 한국회사로 일을 하러 오시는 분들은 이런 부분들을 미리 알고 오면 좋을 거 같다고 말해주고 싶어! 미국에 있는 한국 회사들은 미국 회사에 대한 문화를 기대할 수 없기에 그런 부분의 기대를 채우기 위해서는 애초에 미국 회사 취업을 고려하거나 직장 생활 외에 추가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는 거!

그럼 직장 생활 말고 미국 일상에 대한 건 어때?

😄: 미국 생활의 단점, 특히 미국 서부 생활의 단점은 어디든지 차를 타고 가야 한다는 거야. 처음 미국에 왔을 때 하루 걸음 목표치를 채우지 못해서 몸이 찌뿌둥하고 살이 붙는 거 같고 그런 게 진짜 별로라고 생각했어. 그리고 내가 처음 미국 왔을 때가 겨울이어서 해가 진짜 빨리 졌는데 밤길이 무서워서 못 돌아다니는 게 불편했고, 일상적으로는 한국은 모든 업무가 온라인화되어 있어서 엄청 편리하고 빠르잖아? 근데 미국은 딱 그 반대라 모든 관공서 일들의 서류 준비를 하나하나 다 해야 하고, 양도 많고 막상 가서 하면 다시 해야 하는 것들도 많고 그 모든 과정이 한국인으로 너~무 답답하고 가끔은 이해안되지ㅋㅋㅋㅋ

근데 그 외의 것들은 너무 좋아. 특히 서부는 자연도, 여행 갈 곳도 정말 많고 날씨는 말할 것도 없이 좋고, 사람들도 너무 나이스하지 (웃음) 내가 똑같이 뭔가를 이야기해도 한국 사람과의 반응이 너무 다르다고 해야 할까? 예를 들어 내가 돈을 들여서 비싼 걸 샀어. 그러면 한국에 있는 5명 중에 몇 명은 꼭 “아 그거 비싼데 샀어? 그게 너한테 꼭 필요했던 거야?” 이렇게 물어보는 사람이 있는데, 미국에 와서는 모두가 폭넓게 이해해 주고 “그래? 그게 너에게 되게 가치 있는 물건이구나? 잘 샀어” 라면서 내 모든 행동을 존중해주는 게 느껴지더라고. 아무래도 보는 시각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어. 그런 것들이 정말 좋아서 만약에 내가 나중에 한국에 돌아가게 된다면 그 부분이 제일 그리울 것 같아.

현재 E-2 비자로 일하고 있다고 했는데 그 비자에 관해 설명해 줄 수 있어?

😄: 일단, *E-2 비자는 주재원 비자야. 미국에 거주하면서 J-1에서 E-2 비자로 Status를 바꿨기 때문에 현재 나는 미국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상황이야. 만약에 한국에서 E-2 비자를 애초에 받아오려면 그 해당 분야의 5년 이상의 경력이라던가 꽤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하고 발급받기가 굉장히 어렵다고 알고 있어. 대신 미국 외에 국가에서 받아오면 자유롭게 미국 밖을 돌아다닐 수 있어서 한국에서 주재원 비자로 한 번에 오시는 분들은 한국 미국을 원할 때 왔다 갔다 하시더라고!

그래서 나는 처음에 J-1 비자로 왔지만, J-1 비자 기간이 끝나고 미국에 남기 위해서는 다른 비자를 신청해야 해서 E-2 비자로 바꾼 케이스야. 보통 J-1 비자가 끝나고 *H-1 비자랑 E-2 비자의 옵션이 있는데 우리 회사는 한국에 본사를 두고 있기 때문에 나는 굳이 H-1 비자를 신청하지 않고 E-2 비자로 전환해서 바뀐 Status로 미국에서 일하고 있는 거야. 

*E-2 VISA- 미국 E-2 직원 비자는 미국이 상업 및 항해 조약을 유지하고 있는 국가의 국민을 위해 특별히 고안된 비이민 비자 카테고리이다. 이는 개인이 직원과 동일한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 소유하거나 통제하는 회사에서 미국에서 일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H-1 VISA- 보통 유학생이나 외국인들이 미국에 취업할 때 취득하는 비자로. 취업한 근로자 본인은 H-1B, 배우자는 H-4로 나뉜다. 이 비자는 추첨 즉, 뽑기로 결정되며 매년 3월에 일괄적으로 추첨한다. 

# 중국 생활과 미국 생활을 돌아보며

중국과 미국의 가장 큰 차이점이 있다면?

😄: 아무래도 마인드가 제일 다르지! (웃음)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끝판왕이니까ㅋㅋㅋㅋ 예를 들어, 한국인들도 패션이나 외관에 신경 쓰고 그런 문화들이 있잖아? 타인에 시선에 예민한 문화적 특징들이 있는데 미국은 완전 그런 부분이 자유롭잖아. 미국은 꾸미는 사람은 또 엄청 꾸미지만, 안 꾸미는 사람은 진짜 편하게 다니고 근데 그게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쓴다기보다는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사는 느낌인데 중국은 어쩌면 한국보다 더 심한 거 같아. 미적 기준이 되게 엄격하달까? 어쨌든 한국과 중국에서 많은 시간을 살다가 중국에서도 시야가 넓어졌다고 생각했는데, 미국에 오니 더욱 다양한 인종, 더욱 다양한 사이즈, 더욱 다양한 문화들이 다 존중받는 문화를 경험하며 많은 충격을 받았어.

미국에서 이전에 중국에서의 경험 또는 중국어 쓸 일이 많아?

😄: 아니 사실 많지는 않아. 물론 나보다 훨씬 길게 생활한 사람들은 다를 수도 있지! 근데 나 같은 경우는 4년을 중국에서 살아본 결과 언어는 모국어랑 제2외국어가 되면 다행이지, 트리플은 안된다고 결론을 내렸거든. 그래서 중국도 한국도 아닌 미국에 가는 걸 처음에 많이 고민했어. 이제 와서 미국에 가면 4년간 중국에서 배운 것들 다 까먹을 건데 이거 버리고 미국 가도 괜찮아? 라고 내 스스로 계속 물어봤었거든ㅎㅎ 근데 내가 앞서 말했듯이 중국에 완전 질린 상황이어서 결국 미국에 오게 되었지만 말이야! (웃음)

그럼 원지는 앞으로의 계획이나 기대가 있어?

😄: 일단 중국에 가고 싶은 생각은 없고..ㅎㅎ 사회주의에서 자본주의의 맛을 보면… 사회주의로는 돌아갈 수 없거든. 그래서 나도 중국으로 돌아가는 건 엄청난 뜻이 있지 않은 이상 그런 일은 안 일어날 거 같아. 그리고 미국이라는 나라는 항상 신분이 문제잖아? 근데 아마 신분의 문제가 없었다면 미국에서 충분히 잘 살아갈 수 있을 거 같은데 신분 문제를 빼놓을 수가 없으니까… 그런 부분을 고려했을 때 아직은 미래에 어디에서 뭘 할지에 대한 고민은 꾸준히 하고 있어!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원지와 비슷한 상황에 놓은 사람이 있다면, 미국을 오는 것을 추천해?

😄: 난 도피는 절대 NO, 근데 한국을 벗어나서 다른 세상을 경험해 보고 싶다던가 미국을 경험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라면 무조건 추천! 또 다른 세상이 펼쳐져ㅎㅎ 한국과 중국과는 너무 다른 삶이고, 한국은 도시가 빽빽하고 바쁘고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인데 그런 곳에서 벗어나서 넓은 세상과 사람들이 가진 생각을 경험하다 보면 “아 이건 너무 가치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거든. 나는 “성공과 실패는 없다”는 마인드로 이곳에 왔는데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똑같이 말해주고 싶어. ‘지금 경험하고 싶으면 바로 도전해라! 지금이 제일 빠르다. 고민하면 늦는다!’ 나는 그런 마인드로 도전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도 완전 추천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