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2:끊임없이 증명해야 하는 외국인의 삶, 그리고 영주권자의 삶>

# 번아웃이 와도 계속 달려야 하는 신분의 문제

막상 회사 생활을 시작하고 나서의 소감은 어땠어?

😊: 정말 순탄하지는 않았어. 나는 회계 쪽에서 일하니까 내 필드에서는 많은 3학년들이 방학에 인턴십을 하면 졸업을 하고 풀타임 오퍼를 받아. 근데 나 때는 6명의 인턴 중에 미국 시민권자인 3명은 모두 풀타임 오퍼를 받았고 나머지 국제 학생들은 전부 못 받았어. 그러다 보니까 내가 외국인이어서 모자라 보여서 못 받았나? 라는 열등감이 생기더라고. 이미 이런 열등감은 1학년 때부터 미국 애들이랑 지내면서 있었는데 이런 경험들이 쌓이다 보니 내가 외국인이라서 내 가능성을 못 드러내는 일이 없어야겠다는 생각과 동시에 내가 그걸 못 해내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사회생활을 시작했었던 것 같아.

정말 최근까지만 해도 내가 하는 말이 내 클라이언트 내 보스에게 잘 전달이 될까라는 의심을 계속했어. 모국어가 아니니 내가 말하는 톤이 맞는 톤인가 싶었고, 발음이 안 좋아서 나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는 건 아닌가 이런 언어적인 어려움이 끊임없이 있었어. 그리고 회사에서 내가 *CPA 자격증을 따기를 원했는데 회사가 나의 H1 비자를 지원해 주는 상황 가운데서 그들에게 나는 스폰할 만한 사람이라는 것을 끊임없이 증명해 내야 하니까 CPA 공부를 하는 과정이 너무 힘들더라고…

졸업 하고 쉬지도 못하고 달려서 일을 시작해서 이미 번아웃이 왔는데 그 와중에 일을 하면서 자격증까지 회사의 압박 아래서 준비하니까 피폐해지더라고. 한국에는 4년간 가지도 못하지… 주변에 의지할 사람은 없지… 부담감은 가득 있지… 능력에 대한 불안감도 항상 있는 상황에서 시험 준비다 사회생활이다, 전부 내게 너무 과하게 넘쳐서 힘든 시간이었어.

*CPA- 공인회계사(Certified Public Accountant, CPA)는 회계, 세무, 재무 등 회계에 관한 모든 업무를 담당하는 전문가로, 국가 자격시험 등에 의해 자격을 취득한다.

그렇게 OPT가 끝나고 바로 H1 비자를 받고 영주권까지 회사에서 지원받은 거야?

😊: 응 OPT를 회사에서 끝내고 *H1 비자를 신청하고 H1 비자가 승인되는 모양새가 되니까 나한테 CPA 압박이 들어왔거든. 그렇게 자격증 준비를 하고 결국 따내고 H1 비자로 5년을 일했어. 회사에서는 바로 영주권을 진행해 주지 않고 H1 비자가 끝날 때쯤 준비하자고 하더라고. 비자가 끝날 때쯤 되고 나 이제 내년에 만료다! 나를 스폰 안 해주면 일할 사람은 없다! 라고 말할 때가 되니까 영주권을 진행해주더라고ㅋㅋㅋㅋ 그렇게 영주권을 받았지 드디어!

*H1 비자- H1B는 4년제 학위 이상을 요구하는 일, 소위 말해 이민법상 "전문직(specialty occupation)"을 수행할 사람에게 주어지는 단기 취업 비자이다.  스폰서 회사가 non-profit이 아니라면, 매년 발급되는 비자에 정해진 숫자(annual cap)가 있기 때문에, "추첨"제도 방식으로 뽑혀야 한다

# 회사에서 필요한 사람이 되는 방법, 나라는 사람의 차별점!

미국 회사에서 비자 문제나 임금 문제에 있어서 딜을 할때의 꿀팁이 있을까?

😊: 나는 별생각 없이 던지긴 했어ㅋㅋㅋ 영주권 말고도 연봉협상을 같이 물어보긴 했는데… 사실 처음에 입사했을 때 Industry Average보다 너무 낮은 금액으로 연봉 제안이 와서 나름 통계를 제공하면서 그것보다 10k를 더 줬으면 좋겠다고 요구했거든? 근데 보스한테 전화가 와서 나를 거절하는 거야..! 그래서 완전 당황해서 (신분 문제가 얽혀 있으니까…) 원래 대로 받을 테니까 신경 쓰지 말아라 하면서…ㅋㅋㅋ그렇게 넘어간 일이 있었어 (웃음). 그래도 원래 연봉보다 5-6천 불 올려주긴 했지만 그 당시에는 진짜 패닉이었지. 내가 신분이 보장된 상황이었으면 그만두고 연봉을 맞춰주는 곳을 갔겠지만, 나는 신분이 더 중요한 상황이니까 그 회사를 남아있어야 했거든.

그렇게 나를 계속 증명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회사 생활을 지속해 오다가 영주권이 진짜 필요해진 시점까지 마인드 컨트롤하는 법을 배운 것 같아. ‘내가 여기에 남고 말고는 진짜 나의 의지와 노력을 벗어난 거다’라는 생각을 했고, 그걸 인정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받아들였던 게 좋았던 것 같아. 그리고 어쨌든 나랑 일하는 동료들은 나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시민권자였으니 내가 그들과 다르게 가지고 있는 차별점을 찾고 개발하려고 계속 노력했어.

그럼 미국인들 사이에서 서연만의 차별점을 보여준 부분은 뭐라고 생각해?

😊: CPA를 딴 것도 차별점을 준 부분이긴 했어. 나만 회사 생활하면서 CPA를 딴 케이스였거든. 보통 CPA를 가지고 입사를 했으면 했지,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회사에 들어와서 회사에 다니면서 자격증을 딴 사람은 아직도 나밖에 없어서 결과적으로 나를 돋보이게 해준 것 같아. 

그리고 우리 회사 보스가 일이 많아서 항상 제일 늦게까지 남아있거든. 그래서 나도 일부러 늦게까지 보스랑 남아서 일했어. “나 너랑 같이 일한다!”라는 느낌을 보스에게 주고 싶었어. 이런 부분을 노력했었던 것들이 어필이 된거지 않을까? (웃음)

# 영주권 이후의 꿈을 찾는 도전까지 한 걸음!

영주권을 따고 나서 달라진 점은 뭐야?

😊: 확실히 수틀리면 내 이 모든 생활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없다는 게 진짜 좋아. 마음을 편히 가지려고 노력은 항상 했지만 그래도 내 일상이 언제든 없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나를 따라다녔으니까, 그게 없어진 지금은 정말 훨씬 편하지. 

사실 영주권을 들어가기 직전까지도 고민은 계속했어. 영주권을 받는 게 맞을까? 라는 고민 말이야. 영주권을 받으면 그다음부터는 한국에 들어가서 사는 게 쉽지는 않으니까 내가 미국에 계속 사는 게 맞을까? 라는 고민을 계속했는데 장단점이 너무 극명하기 때문에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가졌던 것 같아. 영주권이 되면 남고, 안되면 돌아가겠다고 생각하고 살았지만, 사실 마음속으로는 미국에 남고 싶었던 마음이 컸던 것 같아. 회계 말고 심리상담 쪽으로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는데 심리 상담 공부를 하려면 미국이 훨씬 환경이 좋기 때문에 그게 이유가 컸지. 실제로 영주권이 나오고 심리 상담 쪽으로 방향을 바꾸려고 하는 이 과정이 가장 달라진 점이라고 말할 수 있어.

심리상담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미국에 영주권, 그 이후까지 머물겠다고 다짐하게 된 거야?

😊: 맞아. 아무래도 내가 어떤 것을 하고 싶을 때 제약이 없는 게 미국의 환경이니까 (웃음). 나는 미국이 나이를 따지지 않는게 가장 나에게 자유로움을 줬던 것 같아. 새로운 것을 시작할 때, 언제든 시작할 수 있을 거라는 안도감이 있달까? 한국에서도 물론 언제든 시작할 수 있지만 사회적인 시선도 그렇고 기준도 그렇고 나이라는 게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하거든. 근데 여기서는 내가 40세, 50세여도 신입으로 들어가도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없고, 아무 방해가 안 되니까 그런 부분이 미국에 남고 싶게 만든 것 같아.

앞으로 서연의 목표나 기대하는 바가 있을까?

😊: 상담 심리 쪽 공부를 하는 게 우선은 큰 도전일 것 같고, 대학원을 가고 졸업해야 하니…ㅎㅎ 그쪽 일을 간다고 하면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니까 그것 자체도 나름 계획이 필요하긴 하겠지만, 나는 사실 멀리까지 계획하는 스타일은 아니야. 여태까지는 내가 미국에서 먼 미래를 그릴 수 없는 신분의 생활을 했으니까 그런 것도 있겠지만, 일단 나는 근 1년 정도의 계획 정도를 고민하는 사람으로서 석사를 준비하는 게 목표라면 목표지! 석사를 공부하면서 어떤 것을 더 구체적으로 이뤄 나갈지는 그때 가서 고민하게 될 것 같아 (웃음) 

마지막으로 서연과 비슷한 경로를 걷는 친구에게 미국을 추천할 것 같아?

😊: 음… 사람에 따라 다를 것 같긴 한데, 대학 때 주변에 교환학생으로 미국에 온 애들 몇 있었거든? 근데 와서 몇 개월 동안 학점 걱정 없이 잠깐 살다 가기에는 미국은 정말 좋아 (웃음). 근데 여기서 몇십 년씩 사는 건 다른 거잖아. 오고 싶으면 와야 한다고 생각해. 근데 ‘한국을 피해서 이곳에 오지는 말아라’라고 말하고 싶어.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고, 예상치 못한 고난이 계속될 거고, 한국에서는 평생 주류의 삶이지만 이곳에서는 평생 비주류의 삶이니까… 그 부분을 감내할 각오는 하고 와야 하는 게 아닐까라고 생각해. 근데 사람마다 미국의 좋은 점을 보고 와서 겪는 어려움을 해결해 나가면서 성장하는 사람이 있기도 하고, 아닌 사람도 있으니까 단언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할 필요성은 있다고 말하고 싶네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