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2:미국에서 예술을 한다는 것은… 그리고 N잡까지의 사연?>

#미국에서 예술인을 꿈꾸는 이민자들에게 

규연이가 미국에서 예술을 꿈꾸는 친구들에게 해줄 수 있는 조언이 있을까?

주변에 미대를 꿈꾸는 고등학생이 있다면 Ryman Arts 프로그램을 추천해! 스튜디오 구경도 할 수 있고, 대학교 포토폴리오 리뷰도 많이 받을 수 있었고, 인맥도 쌓을 수 있었거든! 내가 언젠가 미술 입시학원을 갔었는데 거기서 내가 꿈꾸는 학교를 가려면 이미 늦었다면서 내 포트폴리오를 보지도 않고 너는 못 간다고 되게 독설을 퍼부었었거든? 근데 그때 내가 ‘무슨 수가 있어도 내 힘으로 간다’라고 생각하면서 준비했고 결국 주변의 도움을 받아서 또 스스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서 좋은 결과를 냈어. 그래서 다들 주변에서는 학원을 무조건 가라고 하는데, 무조건 가지 않아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말하고 싶고, 대신 주변 프로그램이나 스튜디오 수업 같은 것들을 찾아서 도움을 받으면 좋다고 조언하고 싶어. 

그리고 Art Center에서는 Merit 성적 장학금이랑 FAFSA 장학금이 있어. 성적장학금은 포트폴리오와 성적을 참고해서 지원을 할 수 있고, 영주권자나 시민권자의 경우는 FAFSA까지 꼭 신청하면 좋을 것 같아. 그리고 Merit 장학금의 경우는 어필을 더 할 수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 해당 학교에서 내게 주겠다고 한 장학금 이외에도 나는 이만큼 더 필요한데 이 학교를 꼭 가고 싶다는 내용의 어필레터를 쓰면 장학금을 더 주더라고. 고등학교도 그렇고 대학교도 그렇고 미술 콘테스트가 정말 많은데 나는 그런 것들을 전부 신청했었거든ㅋㅋ 뭐든 찾아서 다 신청하면  좋을 것 같아! 대학생들을 위한 교회 장학금이나 시에서 하는 장학금들도 많으니 최대한 많이 신청하면 도움 되니까 기회를 직접 발 벗고 뛰어서 찾아야 한다고 말하고 싶어!!! 

아무래도 이민세대로서는 진로를 정하는데 있어서 택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클수도 있을것 같은데 미국의 이민자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은?

첫 번째로는 내가 싫어하는것이 뭔지, 나에게 중요한게 뭔지를 먼저 알면 좋을 것 같아. 내가 싫어하는 것만 걸러내도 어느 정도의 초이스가 생기니까 좋을 것 같고, 고만고만한 것들을 두고 사람마다의 우선순위를 기준으로 두고, 초이스중에 베스트를 파악하면 좋다는 생각을 해. 나는 안정적인 생활이 나한테 되게 중요한 부분이었고, 그것을 고려하다 보니 애니메이션이라는 상업미술을 선택하게 된 거니까! 그리고 주변에 엄청 물어보는 걸 추천해! 그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을 찾아가서 진짜 현실은 어떻고, 얼마를 벌고, 어떤 게 챌린지고 그런 부분들을 찾아 듣는 거지. 그리고 그 분야에서 일하고 싶으면 어떤 Path가 도움이 되는지 알아본다던가… 이런 일련의 과정이 정말 결정에 도움을 많이 주거든ㅎㅎ

그리고 미국은 내가 뭔가를 하고자 하고 결정해서 노력하면 되는 곳은 맞다고 말하고 싶어. 그런 점에서 기회의 땅인 거지? 나도 몇십만 불 내면서 미대를 다닐만한 가정환경은 절대 못되었지만, 미대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발로 뛰고 노력한 과정들을 통해 학교에 돈을 받으면서 다녔거든. 근데 이게 절대 불가능한 게 아니고 원하면 가능하다고 격려해 주고 싶어! 

#미국에서 예술을 한다는 것은 말이야

아트센터라는 전문적인 대학에 들어가서의 대학 생활은 어땠어?

학교는 일단 전반적으로 너무 재밌었어. 전부 미술 수업이었고, 물론 나는 통학을 집에서 했어서 굉~장히 육체적으로 힘들었지만, 비슷한 관심사의 친구들과 학교생활을 함께하는 거 자체가 너무 즐거웠지. 그리고 미술이라는 분야는 말보다는 비주얼적으로 보여주고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이 커서 언어적인 부담감은 초반에 덜했던 것 같아. 또 작품 발표를 할 때 언어적으로 한계를 부딪힐 수가 있는데 우리 학교는 유학생 친구들이 많아서 언어적인 부분이 미흡해도 교수님이나 동료들이 이해해 주는 분위기였던 것 같아! 근데 아무래도 내가 설명하고자 하는 부분에 대한 디테일을 한국어였으면 더 유창하게 잘 표현했을 수 있을 것만 같은 것들을 영어여서 만족스럽게 표현하지 못할 때면 아직 더 배워야 할 게 많구나 생각해ㅋㅋ

말이 아닌 보여주는 예술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언어적인 한계 부딪혔던 에피소드가 있어?

물론이지! 기억이 남는 건, 내가 애니메이션을 직접 감독을 하면서 팀을 꾸려서 팀원들에게 롤을 주고 테스크를 주는 입장에서 영어로 지시하는 게 디테일이 부족하다고 느껴져서 힘들더라고. 그때 모국어가 영어가 아닌 게 체감이 되기도 했고, 감독이라는 위치에서는 이런 부분이 앞으로 더 힘들겠구나를 깨달은 순간이었던 것 같아.

이 필드에서 인턴십이나 잡을 구할 때의 팁이 있을까?

내가 학교에서 인턴십을 구하고 있었을 때 클럽하우스가 한창 유행하던 시기였거든? 우리 업계 분들이 팟캐스트 같은 프로그램들을 많이 하셨는데 나는 그런 데를 다 찾아가서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말을 걸고, 같이 개인 작업하고 이런 시간을 보내면서 그분들과 친해지게 되었어! 그리고 그 네트워킹이 잡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아. 사실 미국 자체가 네트워킹이 중요하긴 하지만 특히 우리 업계는 네트워킹이 정말 중요한 요소로 작동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물론 실력도 중요하지만, 실력만 좋고 협업 능력이 의심되는 사람보다는 차라리 실력이 그렇게 뛰어나지 않아도 협동을 잘할 수 있는 사람들을 뽑는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결국은 이런 기회들을 찾아다니고 소셜을 하고 커넥션을 만들어서 자신의 열정과 흥미를 어필하면 그게 결국 잡으로 이어지는 것 같아.

애니메이션 분야에 대한 기대와 현실을 솔직하게 말해준다면?

내가 지금 하는 건 Visual development artist 또는 Background designer라고 하면 되는데, 감사히 나는 학교에 다니면서 2번 정도 회사에서 일을 할 기회가 있었어. Sony pictures랑 Amazon이랑 같이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프로젝트에서 배경을 담당했었는데 처음으로 크레딧에 올라가면서 기분이 정말 좋았고, 특히 그 작품이 에미상 후보에 오르면서 나는 이렇게 좋은 작품으로 시작하게 되었으니, 앞으로는 나름 승승장구겠다라는 기대를 했었던 것 같아ㅋㅋㅋ

근데 졸업하고 나니까 AI의 여파로 그림 그리는 모든 분야에서 70%가 잡이 없어지고, 사람들도 많이 잘리기 시작한 거야. 코로나 때 미디어 소비량이 많아서 그때 이 분야가 특히 붐이 되었다가 그 거품이 꺼지는 시기가 딱 내가 졸업하는 시기와 맞아떨어진 거지. 솔직히 졸업할 때는 막막함과 허무함이 크게 다가왔어. 지금은 잡 찾기도 어려운 상황이고, 나도 진지하게 애니메이션을 좋아하긴 하지만 Entertainment 필드 자체에 대한 애정이 있기 때문에 VR 산업이나 게임 업계 쪽도 생각을 하고 있어. 감사하게도 현재  Riot Games랑 Call of Duty 등에서 일하고 계신 아티스트 분들이랑 다른 프리랜스 아티스트분들이랑 함께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면서 AI tool을 배우는 기회가 될 것 같아. 

전공분야 말고도 정말 다양한 일을 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어떤 일들을 하고 있어?

앞서 말했듯 전공 분야를 살려서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기도하고!  또 취미로 하는 스냅사진도 사이즈가 커지면서 스튜디오를 빌려서 사업화할 계획이 있어. 그 외에는 가르치는 일을 좋아하고 아이들을 향한 마음이 커서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기도 하구! 지금은 여러가지 일을 하면서 어쩌다보니 N잡러로 살고 있어 ㅎㅎ 

졸업전까지만 해도 내가 ‘5년 안에는 어디를 들어가서 뭘 해야지!’라는 목표를 가지고 시작했는데, 필드가 사라지면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막막함과 동시에 내가 이 필드에서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돌릴 방법은 뭐가 있는지를 고민하고 있는 중이랄까?ㅎㅎ 

한편으로는 이만큼 다양한걸 시도해보고 도전해 볼 수 있는 곳이 미국이고 내가 미국에 살면서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이점이라고 생각해! 

마지막으로 규연이와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는 사람이 있다면 미국행을 추천해?

추천!!!!! 일단 나는 지금까지 미국 생활 너무 좋고 만족스럽거든. 근데 내가 경험한 미국은 캘리포니아에 Orange County라는 곳의 특수성이 있었기 때문에 한국이 그립거나 이런 것들이 보완되는 환경이었다고 생각해. 그렇기에 미국 전체를 내가 단언할 수는 없겠지? 그래도 여전히 인종적인 한계가 있다고는 하지만 체감될 정도로 한국인이 주류가 되는 분위기에서, 특히 미술업계는 아시안이 주류인 필드기 때문에 한계보다는 기회가 많다고 생각해서 추천하게 되는 것 같아! 그래서 자신이 하고 싶은 꿈이나 배우고 싶은 것들이 한국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거라 하면 한국에서 이루면 될 것 같고, 한계가 느껴지고 더 기회가 있는 곳에서 쟁취해 나가고 싶다고 하면 미국을 추천하고 싶어!

그리고 마지막으로 말하고 싶은 건, 내가 이민가정이라 더 힘든 부분도 있었지만 동시에 영주권자로서 누린 혜택들이 분명 많았거든. 난 주변에 신분적으로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이 미국 삶에서 살아가는 것에 대한 존경이 항상 있고, 그래서 내 이야기가 어렵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어딘가에 있을 누군가, 이민자의 이야기가 필요한 사람에게 내 이야기가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