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 대해서 알아가는 시간은 인생에 있어서 꼭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서

혼자 보내는 시간이 필수적이거든."

<Part 1: 부모님따라 미국와서 갑자기 분위기 홈스쿨링>

#적응하는게 유난히 어렵지 않았던 소년

미국은 어떻게 오게 된 거야? 가족과 함께 미국에 오게된 계기는?

👦🏻: 고등학교 1학년 때 왔어. 고1때 아빠 일 때문에 미국에 오게 되면서 온 가족이 같이 왔는데, 가게 될 걸 안건 중3때고 가게된건 고1때야. 가기 싫지는 않았지만 아무래도 한참 사춘기인 중3-고1때다 보니 친구들이랑 떨어져야하는게 당연히 별로였지. 근데 어렸을 때부터 워낙 옮겨 다녔던 경험이 있다 보니까 미국에 가는거에 대한 큰 거부감은 없었어.

고1때 미국에 와서 실제로 적응하는 과정은 어땠어?

👦🏻: 먼저 언어적인 부분은 해외생활을 어렸을때 1년반 2년정도 살아서 걱정은 크게 없었고, 학업적인 부분은 원래 한국에서도 공부를 안해서 더 미련이 없었어 (웃음) 캘리포니아로 왔다보니 아시안 친구들도 꽤나 많았지만 어릴 적 해외생활을 할때 다양한 인종의 친구들이랑 생활한 경험이 이미 있었어서 여기 와서도 유럽권이나 백인 친구들과 어울려 놀면서 적응의 어려움은 크게 없었던 것 같아. 오히려 적응을 잘해서 안좋아진 케이스라고 해야하나?ㅋㅋㅋㅋㅋㅋㅋ

(왜?) 너무 편하고 심심하니까 허무한거지. 어딜가든 똑같으니 지루함을 느끼다는 생각도 한거같아.

한국에서 중학교를 다니다가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닌 케이스인데 각 나라별 학교의 차이점에 대해서 이야기 해줄 수 있어?

👦🏻: 정확히 말하면 한국에서 5학년까지 다녔고 캐나다로 넘어가서 2년을 지내면서 캐나다에서 초등학교 졸업을 했어. 그리고 다시 한국으로 넘어와서 중학교 생활을 하다가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거지. 좀 많이 왔다갔다 했어ㅋㅋㅋ 차이점은…. 한국은 아무래도 공부를 많이 시켰지. 내가 학원을 많이 다닌 편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학원이라는 거 자체가 자유시간을 많이 제한하고, 놀시간이 많이 없었고. 근데 미국은 방과후에 학원 가고 그런 문화가 없으니까 맨날 애들이랑 학교가 끝나면 피자 사들고 그냥 어디든 걸어다니는거야~ 한량처럼… 바다를 걷고, 집주변 걷고 그러면서 수다떨고.. 재밌었어(웃음) 그런 방과후의 추억이 다른것 같네 ㅎ

#바닷가 거닐던 한량이 독서광이 되서 홈스쿨링을 시작하다.

그럼 그렇게 한량처럼 살다가(ㅋㅋ) 어쩌다 갑자기 공부를 열심히 하게 된거야?

그냥 10학년 2학기 끝나고 쯤이었던거 같아. 어느날 인생을 돌아봤을 때 내가 한게 없는거 같다는 생각이 드는거야. 단순히 고등학교 뿐만 아니라 그냥 살면서 이뤄낸게 하나도 없다 이런생각이 들었고 그때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 원래는 워낙 한량처럼 살았고 그런 부분에서 약간 현타가 왔지. 그래서 ‘군대를 들어가야겠다’ 이런 생각을 했었는데 그 이야기를 엄마한테 하니까 엄마가 울먹울먹 거리시더라고. 그래서 이건 아닌가 해서 공부를 시도나 해봐야겠다 싶어서 방학 때 부터 SAT학원을 다니기 시작했고 운동도 시작 했어. 입시에 있어서 내신같은 건 이미 지난거라 어쩔 수 없었지만, SAT는 수능같은 거니까 좀 공부해서 1400점대정도 만들어서 나름 대학을 갔어.

10학년 후반부부터 공부한 거 치고는 효율이 너무 좋은거 아니야? 11학년, 12학년을 어떻게 보냈는지 알려줘!

천재는 아니야.(단호) 주변에 아시안들 보면 SAT는 거의 만점 가까이 됐고, 나는 그냥 보통정도 한거라고 생각해. 운이 좋았던 것도 있지. 공부도 공부지만 사실 나는 12학년은 홈스쿨링을 했어. 한량처럼 살다보니까 한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을때, 앞으로 그렇게 안살려면 노력을 해야하잖아? 그 전과는 다른 삶을 살아야 하는 건데 친구들하고도 그만 만나야 하고, 자기가 누구인지 자아를 찾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책을 많이 읽어야 하니까 시간도 많이 필요하고… 그래서 12학년 홈스쿨하면서 책읽으면서 시간 보내고 싶다고 생각이 들었지! 11학년에 SAT나 다른 해야할 것들을 마쳤으니 12학년은 온라인으로 집에서 홈스쿨을 하고 싶다고 부모님을 설득하고 그렇게 홈스쿨링을 하게 된거야. 심지어 그걸 개학 전날 말했어ㅋㅋㅋㅋㅋ 내일 학교 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까 도저히 가기가 싫었던거지. 그때는 내가 강박적으로 지식을 쌓아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학교를 가면 필요없는 것들에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생각에 더 학교 가는게 싫었던 거 같아. 

강박적으로 지식을 습득하려고 했던 이유가 있어? 그게 홈스쿨링에 어떤 영향을 줬어?

지식이 있어야 생각도 자유롭게 할 수 있잖아. 뭘 모르는데 생각을 하면 그것만큼 비효율적인게 없다고 생각하거든. 지식을 쌓아야 하는데 학교에 가면 사람도 만나야 하고 수업도 들어야 하고 근데 그 시간이 너무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게 홈스쿨링을 결정하는 결정적인 이유가 되었어.

홈스쿨링의 일상은 어때! 입시에 있어서 불이익은 없었어?

홈스쿨링의 일상은 일단 아침에 일어나서 스타벅스를 가서 책을 읽어 한 저녁 6시쯤까지? 그리고 집에 와서 노트북으로 온라인 수업(홈스쿨링)을 하고 다음날 일어나서 똑같은 거를 반복하는거지. 그렇게 쭉 시간을 보냈어.

홈스쿨링이 입시에 불이익이 있지는 않아. 애초에 이게 학교를 자퇴했다던가 그런 개념이 아니고 홈스쿨링으로 전환, 즉 전학을 갔다는 개념이라고 볼 수 있는거야. 수업(course)를 집에서 다 듣고 따라가고 있는 거라서 수업 형태를 전환한거지지! 약간 대학처럼 수업을 듣는다고 생각하면돼. 미국은 한국에 비해 홈스쿨링 같은 제도가 잘 되어있는 것 같아. 졸업장도 똑같이 일반 졸업장이 나와. 어쨌든 이 홈스쿨링의 시기가 내 정체성이 발달한 시기라고 볼 수 있지.

그렇게 입시를 마무리하면서 대학교는여러 개 넣고 학과는 전부 철학과로 넣었어. 하고 싶은게 그거밖에 없는데 다른걸 하는게 말이 안되는거지. 내 관심사가 그게 전부였으니까. 

대학생활은 어땠어? 철학과의 만족도는?

대학 초반에는 룸메이트하고 다른 친구 한명까지 셋이서 잘 만나서 나름 즐겁게 생활한 것 같아. 근데 두 친구가 코로나때 둘다 자퇴를 해서 그 뒤로는 쭉 혼자 다녔어. 근데 난 혼자다니는걸 좋아해서 그것도 나한테는 꽤 좋은 시간이었어. 대학 시절은 책읽고 공부하고 여가시간 보내고 하면서 쉬지 않고 4년을 달려서 졸업까지 했지. 어차피 철학과는 책을 읽고 뭘 쓰거나 하는게 전부니까 결국 내 대학생활은 읽어야 하는 책을 읽거나 내가 읽고 싶은 책을 읽거나 하면서 그렇게 보낸거 같아. 돌이켜보면 나름 만족스러운 대학생활이었어! 

<Part 2: 부모님 품을 떠나 다시금 한국에서 독립, 대학원의 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