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 겁없이 떠난 유학길에서 건축에 빠지다>

#19세, 겁 없어서 떠날 수 있었던 미국행 비행기

미국을 어쩌다가 오게 된거야? 원래 미국에 대한 마음이 있었어?

👦🏻: 서울에서 태어나서 쭉 고등학교 때까지 살다가 미국에 19살에 갑자기 오게 되었어. 집안에 늦둥이로 자라면서 누나들이랑 띠동갑에 사랑받으면서 공부하라는 압박 한번 안 받고 살았지ㅋㅋ 그렇게 살다가 수능을 망치고 뭘 할지 몰라서 유학을 온 케이스야(웃음). 처음에는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어학연수를 3-4개월을 했고 이후에는 놀던 캘리포니아에 있는 Community College를 가게 되었어!

미국에 대한 경험이 아예 없이 새로운 땅에 오게 된 건데 겁이 나지는 않았어? 

👦🏻: 미국에 대한 무서움보다는 내 미래에 대한 불확신의 두려움이 더 컸던 것 같아. 오히려 미국에 와서 새롭게 시작을 할 수 있다면 최선을 다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었달까? 또 실은 생각해보면 뭘 몰라서 그랬던 거 같아(웃음). 내가 심지어 빠른 생일이어서 19살에 미국을 간 거니까 패기만 가득한 채  넘어온 거지.

처음에 미국에 와서 새로운 언어, 문화에 어떻게 적응을 했어? 과정이 궁금해!

👦🏻: 나는 어학연수를 한국인들이 많이 없는 교외지역에서 생활했어. 최대한 언어적인 부분을 잘 해보자 싶은 마음을 다잡고 그곳에 갔었지만, 막상 가서 너무 고생을 많이했어ㅠㅠ 학교랑 20분 거리인 기숙사에 살았는데 차가 없으니까 항상 자전거를 타고 다녔지. 고속도로 막 8차선 되는 그런 도로를 자전거로….!!!ㅋㅋㅋㅋ 

어학연수 시절부터 Community College까지도 악기를 계속 해왔으니까 오케스트라나 앙상블을 하면서 음악으로 친구 사귀는게 어렵지는 않았어. 그렇게 학교생활을 즐기면서 더 잘 적응 할 수 있었던 것 같아. 그렇게 어학연수기간을 거쳐서 Community College 생활을 시작했을 때는 말도 어느정도 하기 시작했고, 어학연수를 3개월정도 밖에 안했지만 원래 미국인인 양 떠들고 다녔거든! 다른 한국인들도 나한테 영어로 말을 걸고 그랬어ㅋㅋㅋㅋㅋ 이런 일렬의 과정이 미국 문화에 적응 하는데 도움을 줬다고 생각해!

초기 미국 생활 중에 인상 깊었던 경험이나 아직도 맴도는 기억이 있다면?!

👦🏻: 어학연수 중 어느 날은 콜라를 먹고 싶어서 16캔이 들어있는 박스를 사서 종이봉투에 넣어서 자전거 타고 돌아가는데 비가 오기 시작하는 거야. 근데 비에 맞아서 종이봉투가 터지면서 콜라들이 터져서 데굴데굴 굴러가는데 그걸 막 다 주워 담았지. 콜라를 그냥 버려두고 가면 안 되니까 비가 오는데 그걸 맞으면서 줍는 모습이 스스로 초라하고 슬프고… 눈물이 맺혀서 그걸 다 줍고 있었는데 차가 서더니 흑인 아주머니 두 분이 괜찮으냐고 물어봐 주시고 태워주시겠다고 하시는 거야! 그때 그분들에게 thank you 말고 더 감사함을 표현하고 싶은데 표현할 수 없는 내 언어 능력이 또 너무 슬프고 화가 나더라고(웃음). 그게 계기가 되어서 어학연수 기간 동안 영어공부를 열심히 하게 되었어ㅋㅋㅋㅋ!

#어느날 건축에게 빠지게 된 순간이 찾아왔다.

건축이라는 전공을 선택한 계기가 궁금해~! 

👦🏻: 나는 어머니가 미술을 전공하시고 아버지가 비즈니스/실용적인 학문을 하셨어. 나는 순수미술을 하고 싶었지만, 아버지가 실용적인 걸 추구하셔서 절충안을 찾은 게 건축이었지! 그래서 애초에 유학길에 올랐을 때, 건축학과를 염두에 두고 시작하긴 했어. 근데 건축이라는 걸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너무 두려운 거야... ‘내가 여기까지 왔는데 뭐 하나는 이루고 가야 되는데 이게 나랑 안 맞으면 어떡하지?’ ‘내가 잘 할 수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다가 1년을 교양과목만 들으면서 전공과목을 듣는 걸 계속 피했어. 그렇게 피하고 피하다가 2학년이 되어 전공수업을 들었는데 완전 사랑에 빠진 거지(웃음).

전공 수업을 듣기 전에 먼저 Art History를 교양으로 들었는데, Art History에서는 빠질 수 없는 게 건축이거든. 시대에 따라 변하는 건축양식이 흥미로웠어. 단순히 예쁘다는 생각도 들었고, 사람들이 어떻게 공간감을 가지기 시작했을까? 왜 박스로 안짓고 면으로부터 공간을 만들고 싶어할까? 이런 게 흥미롭게 다가왔고, 나중에 내가 구현해낸 공간에서 실제로 사람이 산다는 것이 되게 말로 설명하지 못할 만큼 황홀하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마침내 듣기 시작하게 된 건축 전공 수업이 너무 나랑 잘 맞았지! 건축 전공 수업의 첫 프로젝트가 Cabin(별장, 또는 오두막)을 만드는 거였는데 그게 엄청 재밌었어. 디지털로 모델링부터 손으로 만드는 과정까지 전부 너무 재밌었고, 고생해서 만든 디자인을 인정 받을 때의 그 성취감도 한몫한 것 같아ㅎㅎㅎ

Community College에서 UC Berkely로 편입한 이후의 일상은 어땠어?

👦🏻: 내가 원래 있던 Community College도 건축으로 나름 알아주는 학교였어. 그래서 상대적으로 편입도 어렵지 않았고, 건축 프로젝트도 Community College에서 워낙 빡세게 배웠어서 버클리 편입해서도 적응하기 어렵지 않았던 것 같아. 근데 이제 편입하고 나서 군대를 가야 할 때가 가까워지니까 몰입이 미친 듯이 안되고, 뭔가 붕 뜬다는 기분을 가지고 생활한 것 같아. 성취도도 잘 안나왔고…ㅎㅎㅎ 하지만 군대 다녀오고 나서는 마음이 다 잡혀서 졸업까지 잘 마무리 하게 되었어(웃음).

#한국인으로 직장인으로 사는 삶, 좋은데? 

미국에서 학부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귀국을 선택한 이유는?

👦🏻: 일단 시기상 코로나 때문에 한국에 돌아가게 된 게 크지! 또 한국에 돌아갔을 때 커리어적으로 Gap Year 같은 것을 가지고 싶지 않았던 마음이 컸어서 바로 취업을 준비했어. 다행히 여러 가지 건축을 하는 회사를 들어가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할 수 있었고, 일이 많았던 만큼 또 많이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이어서 좋았어!

미국에서의 시간을 보내고 한국으로 다시 돌아가서의 체감한 게 있다면?

👦🏻: 단체문화의 문화가 확실히 미국과 다르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내가 군대생활을 했기 때문에 다시 한국 문화에 적응하는 게 크게 어렵지 않았던 것 같아. 단체생활임에도 가끔 문득문득 개인주의적으로 행동하는 게 있었는데 군대에서 엄청 많이 혼나면서 개인이 아니라 단체로서 함께 관점을 가지게 된 거지. 

그래서 회사에 들어갔을 때 초반에도 좀 혼나긴 했어..ㅎㅎ 단체 프로젝트인데 내 일 끝났다고 먼저 갈 준비하고 그랬거든ㅋㅋㅋ 초반에는 ‘내가 열심히 해서 내 일을 먼저 마치고 가는 건데 다들 왜 이러지?’ 씩씩대면서 나는 그럼 왜 기를 쓰고 열심히 했나 한탄도 했지만, 어차피 건축 생활을 해야 한다면, 일을 도맡아 경험을 쌓을 것인가? 눈치 보며 쉬엄쉬엄 하는 동료가 될 것인가? 라는 질문에서 결국 능력 있고 같이 일하고 싶은 직원이 되는 걸 선택하게 되었지ㅎㅎ 결국은 단체 생활하면서 같이 행복한 방법을 선택한 거라고 생각해! 근데 이렇게 같이 열심히 하려는 모습을 보여주니까 주변에서도 더 많이 도와주시고 알려주시려고 하더라고! 그만큼 내가 많이 얻었다고 생각해(웃음). 

한국에서 일 하면서 미국이 그립거나 하지는 않았어?

👦🏻: 나는 사실 미국의 자유로운 분위기를 좋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내가 미국인이 결코 될 수 없고, 미국인들 사이에 완전히 속할 수 없다는 것을 늘 체감했던 것 같아. 지금도 여전히 내가 영주권을 얻고 시민권을 얻는다 한들 변하지 않을 부분이라고 생각해. 이곳에 살려고 하면 내 진짜 모습으로 편하게 있을 수 없고 약간 가식적인 모습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느끼거든. 그래서 딱히 미국이 그립다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결론적으로 난 어디에 있든 좋은 영향력을 미치면서 살아가야 한다는 가치관은 변하지 않으니까 그게 꼭 한국이어야 한다 미국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점점 흐려지고 있어(웃음). 물론 더 편한 곳 불편한 곳은 있겠지만, 꼭 여기여야 한다 싶은 그런 고집이 사라지더라. 또 내가 아내를 아주 잘 만났기 때문에ㅎㅎㅎ 어디서 살든 내 아내와 사는 곳이 내 집이고 내가 있어야 할 곳이라고 생각이 드니까 장소가 더이상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