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2. 청바지 디자이너의 시작, 그리고 영주권까지>

#먼 미래는 모르겠고, 일단 미국에 1년 더 있고 싶어서 

J-1 비자를 끝내고 한국으로 안 돌아간 이유가 있어?! 

👧🏻: J-1 인턴십이 거의 끝날때 쯤 회사가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에 영주권 진행이 힘든 상태였고, 또 옮긴 두 번째 회사가 경직된 한국 회사 분위기였기 때문에 그만두려고 했었거든! 근데 또 돌아가려고 보니까 지금까지 내가 한 게 뭐지 싶고 내가 쌓은 게 스펙이 되나? 싶더라. 

이제야 조금 살아서 겨우 하나둘 씩 알기 시작했는데 지금 돌아간다고?? 너무 아까운 거야!! 여기 지식을 갖고 있는 나로 딱 1년 정도 더 살아보고 싶다고 생각했지. 

그렇다면 어쩌다 청바지 회사의 커리어를 시작하게 된 건지 갑자기 궁금해지는데?

👧🏻: 그렇게 미국에 1년 더 남기로 결정하고 최대한 일을 찾아서 남을 수 있도록 해결 방법을 찾아보자 해서 알게 된 게 청바지 회사의 시작이었어. 당시에 가게 된 회사는 손으로 스케치한 작업들을 일러스트로 옮기는 작업을 할 사람을 구했고, 내가 또 그런 경험이 있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일을 시작했어. 근데 일을 하면서 나는 그냥 단순 업무였지만, 오히려 옆에서 하는 사람들 이야기 듣다 보니 내가 생각하는 옷 만드는 회사랑 청바지 만드는 회사랑 전혀 다르다는 걸 알게 되더라고! 뭐랄까 청바지 만드는 게 되게 과학적인 일인거야!! 

데님이라는 원단 자체의 특성 자체가 흥미로웠어. 솔직히 다 파란색인데 립스틱처럼 하늘에 같은 파란색이 없어! 아는 사람 눈에만 보이는 그 차이가 신기했고. 처음은 그렇게 옆에서 보면서 흥미를 갖고 있다가 회사가 조금 커지면서 디자인팀을 키우고 세분화하면서 내게 디자이너로 배우면서 할 생각이 없냐는 Offer를 먼저 주셨어! 심지어 영주권도 지원해 준다고 같이 제안을 주셔서 나는 거절할 이유가 없었지. 

우와~! 그래도 영주권을 지원해 준다고 해서 미국에 남는 선택을 하는 게 당연한 게 아닌데! 그 기회를 잡은 동기가 궁금하네!

👧🏻: 일단 당시에는 한국으로 아직 가고 싶지 않은 마음이 제일 컸어. 미국 생활이 아직 너무 즐겁고, 약간 자꾸 1년만 더 1년만 더… 10년까지는 모르겠지만 당장 1년은 여기 있고 싶다 이런 생각이 컸거든. 그리고 나는 청바지가 너무 재밌고 멋있었어. 청바지 하나 세워놓고 다양한 것들을 토론하고 고민할 수 있는 그 눈이 너무 부러웠고 나도 그런 시각을 가지고 싶었지. 

나는 그 회사에서 정말 데님에 대해 많이 배웠거든! 데님 쪽은 일반 패션필드와는 다르게 남자 비율이 상대적으로 많아서 여자와 남자의 각자의 특성이 같이 들어가는 패션 분야여서 더 매력적이었어. 워낙 패션 디자이너는 쟁쟁한 사람들이 많은데 데님은 그런 친구들이 처음에 시작하는 필드가 아니어서 더 내가 경쟁력을 갖기에 좋았던 것 같아!

 왜냐하면 청바지는 첫눈에 화려하지 않고 상대적으로 기초를 쌓는 게 어렵고 지루하다는 느낌이 있거든! 바지가 다리가 2개 3개 4개 다른 게 아니고 형태는 거의 같잖아? 청바지 시장은 원단도, 워싱도, 색감도, 패턴도 복합적으로 어려워서 생각보다 까다로운 이해도가 필요한 필드거든.. 나는 근데 그게 마음에 들었어. 내가 파고들 수 있는 시장이라고 생각했고, 나한테는 그 까다로움이 멋짐으로 다가왔다고나 할까! 

#청바지 회사에서 디자이너로 커리어 시작, 그리고 영주권까지

신기하다 일반적인 패션 회사가 아닌 청바지 회사에 매력을 느끼고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다는 게!

👧🏻: 맞아. 내가 더 공부하고 싶어서 찾아보니까 청바지 학과가 따로 있더라고. 일하고 보니 청바지는 재봉틀도 안 쓰고 엄연히 따지고 보면 다른 옷들과 아예 다른 개념이라는 걸 알게 됐어. 일반 패션 하시는 분들은 데님을 그래서 잘 몰라. 데님을 디자인하는 분야는 패션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이 모여있기보다 데님을 하는 사람만 있는 경우가 더 많더라고! 경쟁력 있는 거지! 

나는 일하고 공부하면서 내 회사가 학교였고, 내 사수가 내 교수였어. 나는 워싱공장이며 뭐며 내가 해결할 수 있는 궁금증은 다 해결하면서 일을 해 나가다 보니까 사람들도 나한테 너무 잘 알려주셨고, 또 감사하게 팀원들이 너무 좋아서 회사 만족도도 클 뿐 아니라 내 개인적인 커리어도 쌓아나갈 수 있었어. 근데 그렇게 새로운 분야를 알아가면서 돈을 또 벌 수 있다는 게 엄청 좋더라고(웃음). 청바지인지 뭔지 모르고 스케치만 따러 간 곳이 내가 커리어를 쌓아갈 운명의 필드일줄은 상상도 못했지!

영주권 진행 과정은 어땠어?

👧🏻: 영주권 진행 과정은 심적으로 너무 힘들었어. 이게 언제 나올지 모른다는 것뿐만 아니라 나오는지 안 나오는지조차 모른다는 그 사실이 사람 피 말리게 하더라고. 결론적으로 2년 좀 안 돼서 영주권이 나왔지만, 그냥 기약 없이 기다리는 그 시간이 정말 너무 괴로웠지. 회사도 “여기 아니면 딴 데 가지”가 될 때랑 “여기가 아니면 나는 안돼”라는 마음이 있을 때 다니는 건 다르더라고. 내가 매여있고 묶여있는 기분, 그리고 내가 어디를 가든 이방인인 기분이 너무 힘들었어. 그렇게 나는 한국 한번을 못 가고 미국 와서 향수병이 계속 없다가 미국 와서 3년 차 되는 때 고기 먹다가 갑자기 눈물이 펑펑 나오더라고. 집 가는 길까지도 눈물이 멈추지 않았는데 그게 내 첫 향수병이라서 기억이 깊게 남아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시간을 버틸 수 있었던 계기들이 있어?

👧🏻: 내 주변 사람들 덕분에 버텼던것 같아! 영주권도 비슷한 시기에 같이 진행하고 있었던 친구들이 있어서 업데이트도 같이 기다리고 같이 으쌰으쌰 하면서 보냈거든. 그 힘든 시기를 같이 겪은 친구가 있었던 게 너무 감사하지. 힘든 시간은 반으로 줄고, 기쁜 일은 2배로 느껴졌거든. 

그리고 조금 웃긴 버틸 수 있었던 계기는….ㅋㅋㅋㅋ ‘미국 이모’가 되고 싶었어. 미국에 있다 보면 다들 미국 어딘가에 가족, 친가 중에 아는 사람은 하나 정도 있기 마련인데 진짜 우리 집은 미국에 아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거든. 그래서 나는 내가 그런 한 사람이 되고 싶다! 이런 생각을 했지. 

그리고 지금 돌아보니까 대학교 때 난 더 어렸는데도 불구하고 취업이라던가 압박을 내내 받았고 힘들었는데 여기 사는 3년 내내 그런 압박이 없었거든. 그게 내가 아마 한국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했을 때 여기 남고 싶은 동기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어!

#영주권이 드디어 나왔다! 달라진 삶?!

그렇게 피 말리던 영주권이 나오고 나서의 마음은 어땠어!

👧🏻: 첫날 기분은 정말… 엄청 행복한데 또 허탈하기도 했어. 이 조그만 플라스틱 종이 하나에 쓴 돈이며 시간이며.. !! 이거 하나에 사람대접받고 못 받고 달라진다는 거에 허탈함이 오더라고. 영주권이 못 가졌을 때는 그게 빛이고 별이고 그것만 있으면 뭐든 될 거 같았는데, 막상 받으니 나는 변한 게 없고 이 카드 하나에 내가 뭘 한건가 이런 생각이 되게 크더라고. 그래도 그 고생하던 시간이 이제는 끝이라는 게, 이 불안한 마음이 끝이라는 게 그게 제일 좋았어.

영주권 뒤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 영주권이 나오고 코로나가 터져서 한국도 가지 못하고 계속 미국에서 일하다가 한국 갈 상황이 되었을 때 4년 만에 한국에 갔지! 그렇게 3개월 정도 한국에서 좀 쉬다가 미국에 돌아왔을 때 내가 완전 원하는 조건들이 있었던 회사들이 코로나 여파가 컸는지 인원충원이 많지가 않더라고. 

어쨌든 그 와중에 청바지 회사의 장점이자 단점인 게 청바지 자체가 필드가 좁은 건데, 아무렴 소문이 빨라서 내가 한국 온 걸 듣고 연락이 몇 곳에서 오더라고! 어쨌든 미국에 사는 이상 돈은 벌고 살아야 하니 내가 원하는 조건에 100%가 맞지 않더라도 원하는 페이를 맞춰주는 곳에서 일단 일을 바로 시작했어. 그렇게 일하다가 1년 반 뒤에 지금 일하는 Fashion Nova에서 연락이 돼서 인터뷰를 보고 들어가게 된 거야! 항상 일을 하다가 소개받거나 연락이 돼서 커리어가 계속 이어지게 되는것 같아. 청바지 경영 자체가 흔하지 않기 때문에 나름 경쟁력 있게 살아가고 있다?(웃음)

가영이 느낀 미국회사만의 특징이 있다면?

👧🏻: 지금 미국회사에 있지만 우리 팀에는 한국인이 몇 있는데 그게 운이 좋다고 생각해! 미국 문화에서 일은 하지만 팀 안에서 언어나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게 말이야. 나는 개인적으로 미국 회사가 잘 맞아! 한국회사는 나이, 예절, 예의같은 것들이 중요하니까 나는 궁금한게 많은 편인데 뭔가를 하려고 할 때 눈치를 봐야 한다는 점이 어려웠던 것 같아. 열린 마음으로 예쁘게 봐주시면 참 좋지만 그게 당연한 게 아니니까, 어리다는 것만으로도 인정 못 받은 경우도 많았고 좀 불편하게 회사 생활한 것 같아. 근데 지금 회사는 어린 나이지만 경력이 있고 경험이 있다는 이유로 매니저로 일하고 있거든. 이 특별한 업계의 경력만으로 인정을 받는다는 게 내가 선택을 잘했구나 싶고, 막상 겁만 많이 먹었던 미국 생활에서의 찐! 미국 사회에 섞이는 삶이 생각보다 쉽다? 할만하다? 이런 생각이 결국 드는 것 같아. 

근데 또 한편으로 미국회사에서 일하면서 알게 된 건 미국 회사도 눈치 보긴 보더라고(웃음). 근데 한국 눈치 짬밥이랑은 비교할 수 없지! 미국 애들도 눈치를 보긴 보지만 오히려 티가 나서 솔직하다고 해야 할까. 미국 패션 회사의 특징일지 모르겠지만, 솔직한 사람들이 모여있어서 편한 거 같아. 또 내가 원어민은 아니니까 영어 실력에 대한 부분도 걱정이 많았는데 아무도 나를 핀잔 주지 않더라고. 미국에서는 내가 가진 단점을 그렇게 주목하지 않는다는 게 내가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하기까지의 갭을 줄여주는 것 같아(웃음).

미국에 오기 전 가영과 비슷한 상황이 있는 사람이 있다면 어떤 조언을 하고 싶어?

👧🏻: 나는 일단 두 가지 종류의 사람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 

첫 번째는 미국에 오기 전 올까 말까 한 사람에게, 그게 미국이 아닌 어느 나라든 어떤 일이든 인생의 큰 환경을 바꾸는 일이라면 해보라고 말하고 싶어! 솔직히 고등학교 3년 다니고, 중학교 3년 다니고, 초등학교 6년 다닌 것들 잘 기억도 안 나는데 인생에서 1년 정도 어딘가를 다녀온다고 해도 마흔 살이 되서 그 1년이 기억날지 안 날지 모르는 일이잖아. 나도 내 30살을 여기서 맞이할 줄 몰랐거든!ㅋㅋㅋ 결국 모를 일인데 그거를 알 수 있는 방법은 하는 방법밖에 없는 것 같아. 와서 아니면 돌아가면 되잖아? 하고 싶어도 못 하는 상황도 분명히 있는데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다면 그건 기회다 생각하고 가서 누려보고 판단하면 된다고 말하고 싶네!

두 번째는 영주권 받은 사람들에게! 처음에 미국에 올 때는 미국회사에서 미국 문화를 경험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오지만 영주권을 받고 인정받기까지 너무 오래 걸렸기 때문에 그사이에 미국 내 한인사회에 익숙해진 경험을 했을거라고 생각해! 그래서 어느새 내가 미국회사에 갈 수 있는 조건이 되었을 때, 미국 사회로 가는 게 무서워진다는 거지. 익숙함을 깨는 게 정말 무섭더라고. 그렇지만 나는 미국 회사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 일단 미국회사에 가서 안 맞으면 그때 한국회사 다시 가면 되니까 그래서 나는 새로운 걸 시작할 때 덜 겁이날 때, 하루라도 어릴 때 시도하라고 말하고 싶어.